제95화
솔직히 권해솔도 조금 난처하긴 했다.
자신은 니콜과 깊이 교류한 적도 없으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부담 가지지 마. 그냥 이 이야기를 니콜 씨한테 전달만 해줘.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본인 선택이야.”
송승훈의 말에 권해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부탁은 그렇게 무리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학교 수업을 들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건 시간 면에서도 큰 여유를 준 셈이었으니.
그렇게 해서 몇 가지 자잘한 부분들을 송승훈과 함께 정리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강재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 먼저 가보고 아까 말한 건 꼭 기억해.”
송승훈은 권해솔이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당부했고 권해솔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서를 가방에 넣으려던 찰나, 문밖에서 앉아 있는 강재하가 눈에 들어왔다.
“강 대표님, 절 기다리신 건가요?”
권해솔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다가갔다.
마치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이 전부 없었던 일인 것처럼.
강재하는 그런 그녀의 태도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곧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여기서 절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권해솔 씨 말고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정말 영광이네요.”
권해솔이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건물 밖으로 나서자 강재하도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대화에 열중하느라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간 권설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권설아는 오늘 막 학교에 도착했는데 오자마자 두 사람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있는 걸 듣게 되었다.
대학교란 원래 그런 말들이 빠르게 퍼지는 곳이었다.
결국 소외된 권설아는 분노에 발을 쾅 구르며 뒤돌아섰지만 이미 두 사람은 멀리 가버린 뒤였다.
물론 그녀는 지금 따지러 온 게 아니었기에 일단 원래 목적부터 해결하러 나섰다.
권설아는 킬힐을 신은 채 또각또각 거리며 송승훈의 연구실 앞으로 향했고 문을 열자마자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사인 좀 해주세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부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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