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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고민재의 대답에 권해솔은 어쩔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시 책을 보려 해도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고 머릿속은 온통 그가 했던 말로 가득했다. ‘전에 분명 나한테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해놓고선 지금은 왜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거야?’ 자기도 모르게 든 의문에 권해솔은 스스로에게 되묻듯 중얼거렸다. “걔가 나를 어떤 태도로 대하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권해솔이 복잡한 마음을 애써 털어내며 다시 책에 집중하려 했지만 배가 방향을 바꾸면서 갑판 위로 불어오는 바람도 점점 거세졌다. 유람선 갑판 위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고 있던 권해솔에게 짭조름한 바닷물 냄새가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권해솔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살짝 흔들리는 배의 진동을 발로 느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이번이 그녀에게는 처음 참석하  꽤 높은 수준의 학술 토론회였다. 준비는 충분히 했으나 의료계의 대가들을 직접 마주하는 건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 안 되면 말고 되면 좋은 거지.” 고민재는 확실히 권해솔보다 여유로웠고 아무리 중요한 자리에 참석해도 항상 그런 식으로 태연하게 굴었다. “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번에 하나라도 배울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 권해솔은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 정도 목표는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건 이번 토론회 주제랑 관련된 자료야. 네가 준비한 의견이랑 비슷하더라고. 이걸 참고해서 내용을 더 채워본다면 괜찮을 거고.” 때마침 마치 마술을 부리듯 고민재가 무언가를 권해솔 앞에 내밀었다. “너... 이 자료 어디서 구한 거야?” 고민재가 내민 물건을 확인한 권해솔은 깜짝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그녀는 그가 뭔가 수상한 짓을 했을 거라고 단정하듯 물었다. 고민재의 신분으로는 쉽게 구할 수 없을 자료였기 때문에. “걱정 마. 완전 제대로 된 루트로 얻어낸 거니까.” 고민재의 확신에 찬 말과 표정에 권해솔은 하려던 말을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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