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김현은 찍소리도 못했다.
그냥 마음속으로 강서준을 미워할 뿐.
‘엄마,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어. 돈이라면 자존심 따위 다 버리고 구걸했는데, 지금은 갖다 바치는 돈을 거절해? 이게 다 강서준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엄마가 변한 거야.’
그날 저녁, 김해의 방문 때문에 밥맛이 떨어졌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모두가 거실에 앉아서 소요왕 즉위식 재방을 보고 강서준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김현이 김초현 옆에 앉더니 작게 소곤거렸다. “누나, 엄마 좀 설득해 봐. 돈이야 돈. 20% 지분을 준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그리고 할아버지가 이사장 자리에 계속 있으라잖아. 그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거절해. 큰아버지가 그동안 이사장 자리에서 얼마나 해먹었는지 알지? 김위헌 봐, 일도 안 하면서 맨날 좋은 차를 타고 다녀.”
김위헌만 생각하면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
모두 SA 사람인데 빈부격차가 이렇게 큰 거지?
지금 출세하기 딱 좋은 기회인데 엄마가 저렇게 고집을 피우시니 너무 답답했다.
김초현도 이렇게까지 SA와 껄끄럽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체면을 너무나 중시해서 그러지 꿈에서도 가족들을 이끌어 상류층 사회의 재벌 가문으로 발전시키려고 애썼다.
몇 년 동안 SA 모든 사람들도 할아버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말해 볼게.”
“누나, 꼭 설득해야 돼.”
“최대한.”
김초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연미를 찾아갔다. “엄마!”
열심히 재방을 보고 있던 하연미가 돌아본다. “왜? 무슨 일 있어?”
“엄마, 친정 식구들 앞에서 과시하고 싶지 않아? 이번이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할아버지가 돌아오라고 했고 20% 지분도 내준다고 했으니, 그리고 나도 다시 이사장 자리에 가면 외가집에서 얼마나 부러워하겠어. 안 그래?”
“에휴.”
하연미가 작게 탄식했다. “초현, 아직도 할아버지를 몰라? 지금은 네가 필요하니까 착한 척을 하는 거야. 나중에 쓸모 없게 되면 툭 차버릴 걸? 그렇게 많은 지분을 그냥 주겠어?”
“그래도. 나중에 일어날 일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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