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별채.
그곳은 강중에서 가장 호화로운 별장으로 2만 평방미터가 넘는 부지였다.
화원, 풀장, 골프장 등 없는 게 없었다..
김초현은 부드러운 소파에 앉아 궁전을 방불케 하는 별장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
할아버지께서 찾아준 남편이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은 그녀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의 집안으로 장가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정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을 한번 보고 어느 정도 남편의 허영심과 사치에 대해 알 것만 같았다, 허영에 눈이 먼 사람, 돈만 보고 자신의 집안에 들어온 사람이라는 것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라는 이 작자가 자신을 데리고 이렇게 환상적인 곳에 올 줄은 정말로 몰랐다.
강서준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침초현의 얼굴에 있는 베일을 벗겼다.
"하지 마."
김초현은 당황해서 재빨리 몸을 피했지만 이미 베일이 벗겨진 후였다. 그녀의 모습은 너무 흉측했다, 온몸이 흉터 투성이었다. 그녀는 눈앞의 일면식도 없는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랄까 봐 너무 두려웠다.
그러나 강서준은 이미 그녀의 얼굴에서 베일을 벗겼다.
김초현은 너무 놀라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 밖으로 튀여나올것만 같았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서 아무 구멍이나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
강서준은 그녀의 얼굴을 살짝 들어 올렸다.
김초현의 얼굴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흉터들이 너무 많았다.
강서준은 그 흉터들을 천천히 만졌다.
그녀의 흉터를 보고 나니 자신의 마음이 오히려 칼에 베인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이 많은 흉터들은 자신 때문에 생긴 거였다, 그녀가 자신을 구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태 담담하던 얼굴에는 고통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았꼬,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져 하마터면 울 뻔했다. “김초현 씨, 많이 힘드셨겠네요.”
김초현은 감히 강서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두 손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매만졌다.
강서준은 그녀를 향해 "날 믿어줘요, 내가 당신을 치료해 줄게요.”라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김초현은 당황하여 얼굴빛이 하얗게 변한 채 감히 강서준을 쳐다보지 않았다.
“약 가져와.”
강서준은 일어서서 그녀에게 말했다.
곧 별장 문이 열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상자가 열렸고 안에는 온갖 값비싼 한약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강서준이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김초현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고 옷자락만 매만지는 김초현의 모습을 보았다. 흉터자국으로 얼룩진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놀라서 몸을 떨더니 이내 자신의 손을 빼 몸 뒤로 숨긴 채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뭐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초현 씨, 겁내지 말아요, 옷을 벗어야 해요.”
말을 들은 김초현은 울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옷을 홱 벗더니 눈물이 맺혀서 강서준을 바라보며 "그래요, 난 못생겼어요, 내 온몸이 흉터투성이인데, 어떻게 지금 만족스러운가요?"라고 울었다.
김초현의 눈에는 할아버지가 골라준 이 남편도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녀를 모욕하고 싶었던 사람들 중 한 명처럼 느껴졌다.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버렸다.
사고가 난 후부터 그녀는 매일 밤 눈물로 지새웠고 매일 악몽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강서준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고 끊임없이 흐느끼며 눈물이 뚝뚝 흘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강서준 역시 고통스러웠다.
그의 차갑고 감정 없던 마음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온몸이 흉터투성이인 김초현을 품에 안으며 "난 당신을 싫어하지 않아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요, 당신은 내 아내에요, 지금도, 앞으로도."라고 약속을 했다.
초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꼴을 모욕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나?
그녀는 혼란스러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강서준은 그녀를 놓아주고 약을 집어 들어 조심스럽게 그녀의 온몸에 발라주었다.
그리고 거즈를 가져와 흉터들을 묶기 시작했고 금방 그녀의 온몸은 거즈로 빙빙 둘러져 그 모습이 마치 미라 같았다.
강서준은 김초현을 부축하여 자리에 앉았다.
"초현 씨, 당신을 속이지 않을 거예요, 열흘만, 열흘만 지나면 당신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할 거라고 장담하죠."
"정말, 정말로요?" 김초현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요, 전 거짓말은 안 해요."
비록 지금은 강서준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그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부드러웠으며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흘이 지났다.
이 열흘은 김초현이 살아온 날들 중 가장 행복한 열흘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람의 정체를 모르지만, 자신에게 장가온 이 남자가 자신을 온 정서을 다해 세심하게 배려하였고 24시간 내내 자신을 지켜준 것은 알고 있었다.
매일 밤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스갯소리도 해주고 잠도 재워줬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꼭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줬다.
10년 동안 그녀는 배려가 무엇인지 몰랐고 연애가 어떤 느낌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녀가 하고 있는 것이 연애라는 것을.
거울 앞.
김초현은 온몸에 하얀 거즈를 두르고 있었다, 심지어 얼굴까지도.
이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열흘 동안 매일 약을 발랐고, 그때마다 피부가 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강서준은 그녀에게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며칠 안에 미모를 회복할 수 있다고 그녀를 위로해 줬다.
"정말, 정말 가능할까요?"그녀는 강서준의 손을 꼬옥 잡고 물었다.
"가능해요." 강서준은 천천히 그녀의 얼굴의 거즈를 벗겼다.
김초현은 간만에 빛을 봐서 눈이 부셔서 눈을 뜨지 못했다.
"눈 떠봐요."
김초현는 그제야 눈을 떴고,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을 알았다..
거울 속에는 뽀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여자가 서있었다.
거울에 비친 완벽에 가까운 얼굴을 보고 김초현은 놀란 얼굴로 입을 크게 벌렸다.
몇 초간 멍하니 자신을 구경하기만 하던 그녀는 재빨리 얼굴에 묻은 가루약을 닦아내고,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그녀는 너무 놀라 시야가 흐려졌다, 거울에 비친 희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여자가 자신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10년 전 그녀는 화상으로 인해 온몸이 흉측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술이 발달했고 회복도 가능했다.
지금, 그녀는 완전히 회복했다.
10년 동안 초현은 거울을 보지 않았고 매일 밤 악몽에서 놀라 깼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완벽한 얼굴을 보며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이 흘렀다.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곁에 있던 강서준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10년 동안의 억울함이 다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강서준은 김초현을 질끈 끌어안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앞으로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요. 더 이상 상처받게 하지 않을게요.”라고 약속했다.
김초현은 흥분과 환희에 찼다가 이내 자신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붉어져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강서준의 품에서 벗어나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강서준은 욕실을 가리키며 "뜨거운 물 받아뒀어요, 옷도 준비해뒀어요. 사이즈를 몰라서 속옷도 여러 사이즈로 준비해뒀으니 어울리는 거 입어요"라고 말했다.
김초현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욕실로 달려갔다.
강서준은 로비로 나와 소파에 앉아 탁자 위의 담배 한 대를 들어 불을 붙였다.
“용수님.”
한 남자가 문밖에서 들어왔다, 남자는 나이가 마흔 안팎으로 보였고 검은 양복을 입었으며, 손에 두툼한 서류를 들고,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의 자료는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10년 전 장한 일가의 화재에 대한 경위와 결과는 모두 자료 속에 있으니 용수님께서 훑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강서준은 책상을 가리켰다. “거기에 두게.”
"용수님, 하찮은 저것들에 대한 처분은 용수님의 명령 하나면 저희 형제들이 알아서 처리 할텐데..”
강서준은 손을 살짝 들었다.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강서준은 고개를 들어 고개를 숙인 남자를 바라보며 "난 더 이상 용수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용수가 존재하지 않아, 강중의 이 4대 가문을 조사하는 것도 내가 마지막으로 특권을 행사한 것이다, 너는 나를 따라올 필요 없다, 형제들을 데리고 돌아가. 국가는 너희가 지켜야 한다.”
남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용수님을 모시기로 결정을 내렸고, 평생을 용수님만 모시기로 했습니다. 지금 그곳은 안정적이고 적군이 감히 침범하지 못합니다 용수님, 저희를 쫓아내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는 여기에 남아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서준은 일어서서 무릎을 꿇은 남자를 일으켜 세우며 "이혁, 이건 내 개인적인 일이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이 일을 처리한 후 나는 평온하고 여생을 살고 싶다 칼과 피가 없는 날들 속에서 나는 초현의 곁을 지키고 그녀에게 천하제일의 사랑을 주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용수님."
"물러가. 형제들을 데리고 원래 있던 그곳으로 돌아가라."강서준이 소리쳤다.
이혁은 다시 무릎을 꿇고 "용수님, 몸조심 하십시오. 우리 백만 흑룡군은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가봐." 강서준은 다시 앉으며 가볍게 손을 저었다.
이혁은 그제야 돌아섰다.
곧 김초현이 씻고 나왔다.
그녀는 하얀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목과 팔을 드러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옷은 감히 입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매끄러운 피부를 만지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강서준을 발견하고 그녀는 갑자기 흥얼거림을 멈추었다.
그녀는 걸어가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는데, 방금 목욕을 해서인지,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비록 강서준과 열흘 동안 밤낮으로 함께 지냈지만, 모두 눈을 가린 상태에서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강서준을 이렇게 마주하니 약간 떨렸고 얼굴이 새빨개져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생각에 빠졌던 강서준은 이내 흉터가 사라진 김초현을 보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여보, 우리 언제 혼인신고하러 갈까?"
"네?"
김초현은 입을 살짝 벌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강서준은 "나는 이미 당신의 집안으로 장가를 갔고 이젠 당신 남편이죠, 이건 당신 할아버지가 내린 명령이기도 합니다, 설마 나한테 시집오고 싶지 않는 것인가요?"라며 웃어 보였다.
“좋아요.”
김초현은 별다른 말없이 이 말만 했다.
열흘 동안 강서준이 그녀를 극진히 보살펴줬고 그의 따뜻한 마음도 알게 되었다.
이런 남자와 어떻게 결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몰래 강서준을 힐끗 보았다.
키가 크고 몸집도 있고 이목구비도 뚜렷했다. 몰래 훔쳐본 초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한 시간 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손을 잡고 구청에서 걸어 나왔다.
초현은 손에 들려있는 종잇장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냥 이렇게 혼인신고를 한다고?
그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상상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아주 격렬한 사랑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그녀의 환상과 달랐다, 할아버지는 그녀의 남편을 결정했고, 그녀는 자신에게 장가온 강서준에게 끌려가 열흘 동안 궁궐 같은 곳에서 지냈다.
열흘 후, 그녀는 흉터가 다 나았고, 말끔히 회복하여 눈에 띄는 미녀로 변했다.
남편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흐뭇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강서준의 손을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