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임현도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동안 모든 게 다 내 착각이었어!' 그 핀은 하나가 아니었어!' 그 착하고 친절했던 여자애는 허유정이 아니었어!' "왜, 내가 허를 찔렀어?" 허유정은 임현도의 반응을 보고 자신이 맞췄다고 생각해 더욱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임현도를 바라봤다. 임현도는 머리가 울려 허유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왜 말이 없어? 조금 전까지는 잘도 말하더니 왜 갑자기 벙어리가 된 거야?" 허유정은 더욱더 공격적으로 나왔다.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인간이랑 5년이랑 같이 살았는지 모르겠어! 임현도, 오늘 안에 정신적손해 배상 안 해주면 절대 가만 안 있어!" "야 이 변태 새끼야! 말해 봐, 너 내 친구를 언제부터 노리고 있었던 거야?" "그 입 좀 제발 다물 수 없어?" 정신을 차린 임현도는 어두운 눈빛으로 허유정을 바라봤다. "네 친구 물건 훔친 적 없어!" 임현도는 머릿속이 복잡했고, 귀에는 계속 이명이 들려왔다. 허유정은 당황했다. 이 새끼가… 감히 나한테 소리를 쳐?' 5년의 결혼 생활 동안 임현도는 허유정에게 꼼짝도 못 했었다! "악!" 허유정은 더 화가 나서 임현도을 향해 소리쳤다. "야 이 쓰레기 새끼야. 몇 년 동안 내 돈으로 먹고 쓰고 다 했으면서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소리 질러!" "그만 좀 해. 너 진짜 시끄러운 거 알아?" 임현도는 허유정을 바라보며 약간 화를 내며 말했다. "이미 말했잖아, 네 친구 물건 훔친 적 없다고." "네가 안 훔쳤다고? 그럼 그 핀은 어디서 난 거야?" 허유정은 이를 악물며 화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임현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야!" 임현도의 한 마디에 허유정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다. " 좋아, 임현도! 너 이혼했다고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내가 미쳤다고 너 같은 변태 새끼를 먹여 살리고, 진짜 역겨워." "너 오늘 안에 나한테 정신적 피해 배상 안 하면 내가..." "얼마 원하는데, 줄게!" 임현도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허유정의 말을 끊었다. 임현도는 더 이상 허유정과 말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임현도는 단지 그 핀의 진짜 주인을 찾고 싶었다. 임현도가 선뜻 주겠다고 하자 허유정은 순간 멍해졌다. 그러나 임현도의 능력을 잘 아는 허유정은 곧 임현도의 말에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2억! 정신적 피해 배상으로 2억 내놔!" 허유정은 임현도에게 1억을 요구했다. 2억은 지금의 허유정에게 큰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허유정은 임현도에게 천문학적인 숫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 재산을 잃고 빈털터리가 된 임현도는 2억은커녕, 아마 2만 원도 없을 것이다. 허유정은 단지 임현도에게 망신을 주고 싶을 뿐이었다. 감히 나한테 이런 태도로 대하다니!' "좋아, 줄게." 임현도는 짧게 대답했다. "똑바로 들은 거 맞아? 2억이라고!" 허유정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내 귀 멀쩡해." 임현도가 차갑게 말했다. 임현도는 허유정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내가 예전의 임현도인 줄 알아?' "그래! 그럼 지금 당장 돈 준비해. 나 지금 당장 필요해!" 허유정은 건방진 임현도의 태도를 보며 말했다. 허유정은 임현도가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궁금했다. 임현도는 담담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블랙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랙, 지금 당장 회사로 2억 현금으로 보내, 급해." "네, 주인님, 바로 김 대표한테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임현도는 전화를 끊고 차분한 표정으로 허유정을 바라보았다. "2분만 기다려. 돈은 내가 보내달라고 했어." "하!" 허유정은 비웃으며 말했다. "전화 한 통으로 돈을 보내달라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영성 재벌? 아니면 재벌가 도련님이라도 돼?" "게다가 방금 블랙이라고 했어? 너 블랙이 누군지 알아? 그 사람 세계 제일의 재벌이라고! 연기 할 거면 적어도 다음에는 우리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으로 해. 웃기지도 않아!" 임현도는 허유정의 말을 무시했다. 허유정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거지 주제에 어디서 허세야!' 똑딱. 똑딱. 시간은 흘러 곧 1분이 지났다. 그러나 회사에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허유정은 기다리다 지쳐 짜증스럽게 말했다. "2분 다 됐어, 어떻게 된 거야?" 임현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속으로 시간을 세고 있었다. 30초 남았다. "또 벙어리가 됐어?" 허유정은 경멸하며 웃었다. "하하." 장문수는 이 상황을 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유정아, 이 사람 돈 없는 거 너도 알잖아.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자. 우리 데이트도 해야 하잖아." "이 2억은 내가 대신 내줄게. 그동안 네가 유정이를 돌봐준 수고비라고 생각해. 기억해, 앞으로 실력도 없으면서 허세 부리지 마." 장문수는 임현도 앞에서 허유정의 허리를 감싸며 승자의 자세를 취했다. "자기야, 정말 대단해요." 허유정은 장문수의 팔을 껴안고, 임현도를 더 자극하려는 듯 일부러 장문수의 얼굴에 키스했다. 임현도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나비 핀이 허유정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안 후, 허유정은 임현도의 마음속에서 그저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리고 임현도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감정을 느낄 리가 없었다. "임현도, 이번에 너 운이 좋았어. 문수 씨한테 감사히 여겨!" 허유정은 임현도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남기고, 장문수와 함께 회사를 나섰다. 띵. 두 사람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1층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 딱 2분이 되자. 검은 양복을 입은 뚱뚱한 중년 남자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뒤따라오는 두 명의 부하를 재촉하고 있었다. "빨리 움직여! 선생님께서 돈이 필요하시다잖아! 우리 밥줄이 걸려있다고!" "네, 김 대표님!" 두 명의 부하는 각각 큰 가방을 들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중년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고개를 들자, 바로 회사 입구에 서 있는 임현도를 발견했다. 깜짝 놀라 얼른 걸음을 재촉하며 달려왔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