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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주다인은 조용히 자신의 치료 계획을 설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사의 눈빛은 점점 진지해졌고 그녀가 내민 노트를 들여다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방식이라면 가능성이 있어요. 만약 이 수술이 계획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나은이는 반드시 살아날 수 있을 겁니다.” 주다인은 가볍게 숨을 고른 뒤, 입술을 살짝 열며 덧붙였다. “단 한 가지, 수술 중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의사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까지 더듬었다. “잠깐만요, 제가... 제가 그 수술을 맡게 된다고요?” 주다인은 순간 당황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구 선생님이 나은이 주치의시잖아요.” 의사는 난처한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저보다 주 선생님께서 훨씬 경험도 많고 실력이 뛰어나시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렵습니다. 실패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수술이니까요.” 그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주 선생님, 가능하다면 직접 수술을 맡아주실 수 없을까요?” 자신이 그 수술을 맡아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거라는 걸 알지만 주다인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 병원의 소속 의사가 아니에요. 정식 집도 권한이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의사는 곧 주다인이 걱정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원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흥분한 듯 사무실을 뛰쳐나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 구 선생의 모습을 보며 주다인은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 원래 의사란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녀가 몸담았던 운해 병원은 달랐다. 거기엔 따뜻함도 진심도 없이 오직 승진을 위한 경쟁과 냉정함만이 존재했다. 자신이 직접 가르친 인턴들조차 결국 등을 돌렸다. 하지만 이곳에서 주다인은 처음으로 치유받는 기분을 느꼈다. 구 선생이 곧 돌아오고 그 뒤를 따라 한 노인이 들어섰다. 그 순간, 따라 들어온 사람이 병원 원장임을 주다인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주다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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