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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병실 안에는 희고 투명한 피부의 작고 귀여운 소녀가 있었다. 얼굴이 창백하긴 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맑고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검고 큰 눈과 인형처럼 자연스레 곱슬거린 머리카락의 그녀는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그저 외모만 본다면 누구도 이 작은 아이가 그런 비참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지금은 아버지마저 감옥에 갇혀 있었다. 입술을 조용히 다문 주다인의 마음 한구석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의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은아, 이제 검사할 시간이야.” 나은이는 병상에 앉아 있다가 그 말을 듣자,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장난감을 곧바로 내려놓았다. 주다인은 병상 옆의 기기들을 훑어보며 아이의 병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은의 팔에는 크고 작은 주사 자국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전혀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나은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의사 언니, 오늘 제가 잘 검사받으면 아빠가 저를 보러 오실 거죠?” 아버지를 언급하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는 환하게 빛났다. 의사는 잠시 멈칫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나은이가 치료를 잘 받으면 아빠가 곧 보러 올 거야.” “정말요? 아빠가 그랬어요. 제가 용감하게 의사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대요. 그래서 늘 기억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주다인은 알고 있었다. 나은이의 아버지는 더 이상 이 아이를 보러 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 진실이 가슴 깊은 곳에서 아프게 파고들었다.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 느낀 주다인은 의사가 검사를 진행하는 틈을 타 조용히 주치의 사무실로 향했다. 아이의 상태를 보다 자세히 듣기 위해서였다. “똑똑.” “들어오세요.” 안에서는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다인은 문을 열고 들어가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남자는 그녀를 흘긋 바라보며 여전히 무언가를 빠르게 메모하고 있었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그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묻자 주다인은 조용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환자 나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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