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주다인의 얼굴엔 여전히 멍한 기색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옆에서 들려온 강재혁의 낮고 묵직한 음성이 그녀를 깨웠다.
“다인 씨, 아직 제가 약혼자라는 사실이 익숙하지 않으신가 보군요?”
약혼자...
그 말에 주다인의 온몸에 묘한 전율이 스쳤다.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그녀는 결국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본 이윤희는 마치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는 듯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주다인이 방금 거실 소파 쪽으로 다가서자 이윤희는 얼른 그녀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하필이면 강재혁 옆자리였다.
그 순간, 강재혁은 긴 다리를 꼬고 소파 한쪽에 팔을 괴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 자리에 앉는다면 자연스럽게 그의 팔에 안기게 되는 자세였다.
이 얼마나 묘하게 가까운 거리란 말인가.
하지만 어머니마저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주다인은 아무렇지 않은 척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앉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어깨 위에 강재혁의 손끝이 무심하게, 그러나 은근히 얹히는 것을 느꼈다.
얼굴이 이유 없이 뜨거워졌고 귓불까지 새빨개지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이윤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속으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주다인이 내려온 이후로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질 줄을 몰랐다.
“다인아, 오늘 강 대표가 너랑 같이 병원에 가서 아버지를 뵙고 싶다고 하시네.”
이 말에 주다인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직접 가서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으니.
“네, 저도 병원에 가려고 했어요.”
그때, 위층에서 송청아가 걸어 내려왔다.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미세하게 얼굴빛이 변하더니 곧장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낸다.
“오빠, 저도 아빠가 너무 걱정돼요. 저도 같이 갈게요. 아빠가 눈을 뜨면 제가 있는 걸 보면 더 안심하실 거예요.”
그 인위적으로 가늘고 여린 목소리에 강재혁의 얼굴에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깊은 눈동자엔 감추지 못한 노골적인 혐오가 스며들었다.
주다인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눈썹을 들어올렸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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