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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송청아의 한 마디에 이윤희는 문득 남편이 운해 대학 병원에서 악의적으로 약을 바꿔치기 당해 심장병이 도져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일이 터졌을 때, 이윤희는 분노로 치를 떨며 병원 측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소리쳤었다. 하지만 그 악질적인 범인이 자기 친딸일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이윤희는 딸이 어릴 적부터 곁에 없었고 그 외로운 세월 동안 살아남기 위해 영악하고 교활하게 변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제야 다시 품에 돌아온 이상, 제대로 훈육하고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결심했다. “청아야, 어떻게 됐든 주다인이 내 친딸이라는 건 확실하잖니. 내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찾아다닌 아이야. 지금은 그냥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이윤희는 말을 마치며 눈가를 닦았다. 송청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마 말씀대로 할게요. 그런데 언니가 돌아왔으니까, 전 이 집에서 물러나야겠죠?” 말을 끝낸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윤희는 순간 숨이 막힌 듯 가슴이 턱 막혔고 송청아를 바라보는 눈에 연민이 어려 있었다. 비록 핏줄은 아니어도 송청아에 대한 애정은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평생을 가족으로 여길 마음이었다. 그녀도 친딸이 돌아오면 송청아가 분명 불안하고 두려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붉게 부은 눈으로 고개를 숙인 송청아는 이제 막 시들어버릴 것 같은 흰 들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청아야, 걱정하지 마. 우리 집이 아이 둘을 못 키울 정도가 아니야. 언니가 돌아왔다고 해도 넌 여전히 내 딸이야.” 이윤희는 그저 친딸에게 지난 세월 못다 준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상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송청아는 속 깊은 질투심을 애써 누르고 얌전하고 사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 엄마. 직접 언니를 맞이하고 싶어요.” 이윤희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 청아는 정말 착하구나.” 벤틀리가 주다인이 사는 아파트 근처에 도착했을 때, 송청아는 차 안에서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다. 운해시에서도 제법 낡은 축에 드는 아파트인지라 시설도 오래됐고 조경 상태도 엉망이었다. 이윤희가 막 차에서 내리려 하자 송청아가 손을 내밀며 막으면서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여기 환경이 좀 안 좋네요. 기사분께 문 앞까지 태워달라고 하세요. 혹시 더러운 거라도 닿으면 알레르기 생기실까 걱정이에요. 언니가 이런 곳에 살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송청아의 세심한 배려에 이윤희는 또다시 감동하면서도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송글 그룹은 운해시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기업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강씨 가문과 어린 시절부터 혼약을 정했을 리가 없었다. 이윤희의 딸은 원래 최고급 생활을 누려야 할 아이였으나 한 번의 실수로 사라졌고 그로 인해 지난 20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게다가 그녀를 키운 양부모조차도 없었다. 이윤희는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이 맺혔다. 그때 기사가 망설이며 말했다. “사모님, 이 아파트 단지 안 길이 너무 좁아서 차가 들어가면 나오는 게 힘들 겁니다...” 이윤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송청아가 먼저 답했다. “엄마가 더러운 물건을 만져 알레르기가 돋으면 어떡해요? 힘든지 안 힘든지는 기사님이 고민하셔야죠, 그러려고 우리가 돈 주는 거 아니겠어요?” 기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애써 차를 입구까지 몰고 왔다. 그곳에는 스쿠터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다. 차에서 내린 송청아의 얼굴에는 더 이상 숨겨지지 않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윤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계단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이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딸을 다시 보려는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난번 연회에서 자세히 보지 못했던 주다인의 얼굴을 이번에는 제대로 보고 싶었다. 주다인이 살고 있는 집 앞에 다다르자 송청아가 벨을 누르고는 곧장 손을 소독하는 휴대용 티슈로 닦았다. 그런데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송청아의 눈빛에는 잠깐의 기쁨이 스쳤다. “엄마, 언니가 집에 없는 것 같아요. 일단 돌아가요” ... 아래층, 주다인은 요리를 할 기분이 아니어서 간단한 야식을 사 들고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밖에 나서자마자 벤틀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고급 차가 거의 도로를 막을 정도로 크게 주차되어 있었다. 이 작은 아파트 단지에서 이런 고급 차를 보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주다인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을 때 아래층에서 쓰레기를 버리던 이웃이 다가왔다. “5층 501호에 사는 사람 맞죠?” 주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 차에 탄 사람이 5층으로 올라갔어요. 설마 아가씨 찾는 거 아니에요? 헉, 우리 동네에서 이런 수억짜리 고급 차를 보다니, 진짜 대박이네요! 이거 친척인가요 아니면 친구인가요?” 이웃은 부러움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그 말에 주다인의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송씨 가문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나?’ 주다인은 야식을 들고 있던 손을 부들거렸고 얼굴도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진짜... 엄마가 날 찾으러 온 거야?’ 주다인은 숨을 헐떡이며 급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5층에 도달했을 때, 마침 이윤희와 송청아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았다. 엘리베이터가 정확히 5층에서 멈췄을 때, 주다인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약 계단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거야...’ 송청아는 주다인의 숨이 가쁜 소리를 들으며 손톱을 움켜쥐었다. ‘젠장, 왜 마주친 거야?’ 이윤희는 주다인을 보자마자 눈물이 가득 찼고 본능적으로 송청아의 손을 떼고 주다인에게로 다가갔다. “다, 다인이 맞아?” 이윤희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주다인한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며 주다인을 만지려 했지만, 그것이 어색해 주저하는 듯했다. 주다인은 이윤희의 모습을 보고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갑자기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순간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주다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예요.” “다인아, 나는 네 엄마야. 네 엄마야.” 이윤희는 기쁨에 겨워 울면서 손을 떨며 주다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송청아는 질투와 분노가 차올랐고 얼굴이 굳어졌는데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주다인은 코를 훌쩍이며 물었다.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이윤희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을 닦으며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인아, 나는 네 엄마야. 엄마라고 못 부를 이유가 없잖아? 나는 널 23년 동안 찾아다녔어.” 그 순간, 이윤희는 감정이 폭발해서 주다인을 향해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러나 주다인을 품에 안자마자 이윤희는 깜짝 놀랐다. “다인아, 너 너무 말라서 뼈밖에 남지 않았어.” 주다인은 입술을 오므렸다. 병원에서 연속으로 근무하고 휴식도 없이 계속 일을 했으니 체중이 늘어날 시간이 없었다. 이윤희가 울음을 그치고 주다인의 집을 보고 싶다고 하자 주다인은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 송청아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소독 티슈를 꺼내 이윤희에게 건넸는데 그 모습은 주다인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주다인이 계속 송청아를 눈여겨봤기에 그녀가 송씨 가문에 입양된 딸임을 알고 있었다. 이제 주다인이 다시 가족에 합류했으니 송청아의 신분이 애매해졌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불편한 기류가 흐를 것이었다. 주다인은 문을 열고 이윤희를 향해 불편하게 말을 이었다. “사모... 엄마, 들어오세요.” 이윤희는 주다인의 집에 들어갔다. 그녀의 집은 작은 두 개의 방과 오픈형 주방이 연결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주다인이 불을 켜려고 했지만 거실의 전구가 고장 나면서 불이 켜지지 않았는데 그로 인해 이 집은 더 낡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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