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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장

하현은 결코 앉지 않았다. 이욱도 개의치 않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할머니는 이런 성격이야.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상대도 안 하셔.” “슬기는 원래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던 손녀였는데, 당신 때문에 할머니는 이미 연경 상류층에서 웃음거리가 됐어. 당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 봐.” 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랑 슬기 사이는 결백해. 우리는……” 하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욱은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하현, 다 같은 남자들인데 이런 일들을 그렇게 꼭 분명하게 말을 해야 하나?” “비서가 할 일이 있으면 일을 시키고, 할 일이 없으면 비서가 괜찮다는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야.” 이욱의 말을 듣고 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됐다, 이것도 자업자득이다. 이슬기는 입을 벌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욱은 이어서 말했다. “기왕 너희 둘이 관계를 인정한 이상 너희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 연경 이씨 가문은 체면이 서야 하는 가문이야.”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봐.” “네가 우리 이씨 가문에게 만족할 만한 해명을 한다면, 아마 앞으로 우리 이씨 가문이 너를 하늘로 끌어올려줄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그렇지 않으면 하 세자는 똑똑한 사람이니 최고의 가문에게 미움을 사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잘 알 거야.” 이 말을 듣고 슬기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욱이 오빠, 정말 이건 오해에요. 저와 회장님 사이는 남녀관계의 선을 넘어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그냥 친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일 뿐이에요.” “그런데 왜 이장성을 거절한 거야? 설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결혼은 우리 책임이라는 걸 모르는 거야? 이씨 가문이 너한테 준 모든 건 다 받아 누리면서 이런 일을 거절할 자격이 있어?” 슬기는 침묵했다. 이것은 대 가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점이었다. 슬기의 표정을 보고 이욱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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