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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장

최서국은 귀담아 듣지도 않고 그저 하현을 쳐다보며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만약 하현이 입을 열지 않으면 최서국은 아마 숨도 쉬지 못할 것이다. “아, 괜찮아. 내 옷이 더러워졌네. 이 옷은 내가 길에서 2천 원 주고 산 가장 좋아하는 옷인데.” 하현은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최서국은 무의식적으로 하현을 쳐다보다가 옷이 흠뻑 젖어 있고 차가 얼룩이 진 것이 보였다. 최서국은 화가 나서 갑자기 몸을 곧게 세우고 기세가 충만하여 온 장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누구야? 누가 여기에 물을 쏟아 부었어!?” 그의 부하들은 이 장면을 보고 비록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랐지만 상사가 입을 열자 그들도 노기등등하게 소리쳤다. “누구야!?” 모두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 인플루언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인플루언서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는 보통 사람들 앞에서는 기고만장한 기세였지만 최서국 같은 실권을 쥔 거물 앞에서 그녀는 기껏해야 노리개일 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최서국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서국은 인터넷 스타에게 시선을 떨어뜨리고 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최건을 보았다. 갑자기 회가 치밀어 올라 최건의 가슴을 걷어찼다. “내가 왜 너 같은 망나니를 낳았을까!” “너는 생매장을 당하지 않으면 나를 쉬게 내버려 두지를 않지!?” “너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 우리 집안은 관청 사람들이라 일을 조용하게 해야 한다고, 예의를 갖추라고!”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어?” 최서국은 말을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이 순간 정말 숨이 찰 만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힘이 빠져서야 주먹을 멈췄다. 최건은 땅바닥에 꿇어앉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전혀 모르나? 자기 아버지가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을 때리다니? 자기가 피투성이가 됐는데 아버지는 왜 하현에게 안부를 물으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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