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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장

집을 나서기 전 설은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현, 내 생각엔 우리가 할아버지께 그들이 한 말을 말씀 드려야 할 거 같아. 우리가 설씨 집안의 대표로 가야만 합의서에 서명을 할 수 있다고.” “내 생각엔 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천일 그룹 쪽에서 네가 서명을 하도록 지정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도 소용이 없을 거야.”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전화 한 통 할게. 할아버지를 존중해드려야지.” 설은아는 정말 효성이 지극하다. 곧 그녀는 설씨 어르신께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애써 전화기를 들고 있는 것이 전해졌다. “은아야! 무슨 일이야?” “할아버지, 저 지금 천일 그룹에 합의서 사인하러 간다고 말씀 드리려고요.” 설은아가 공손히 말했다. “아아, 그 일로 전화한 거야? 민혁이랑 지연 두 사람이 벌써 갔어. 너는 갈 필요 없어!” 설씨 어르신은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너는 빨리 출근해. 회사에 네 사무실을 마련해 뒀으니까.” 말이 끝나자 마자 설씨 어르신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설은아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왜 그래?” 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할아버지가 하는 말씀이…… 민혁이랑 지연이가 벌써 나 대신 사인하러 갔대! 그들이 어떻게 감히!” 설은아는 지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서울에 있을 때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러고 있다니, 그들은 천일 그룹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두렵지도 않나? 설씨 어르신이 이 정도까지 어리석을 줄이야?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 설은아는 며칠 동안 설씨네 별장에 가지 않았고, 설씨네 식구들은 또 그녀에게 애써 숨기려 했기에 그녀는 누가 찾아와 귀찮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 생겼든, 무슨 이유이든, 설씨 집안의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이건 너에게 속한 거야. 어떤 사람도 가져갈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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