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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9장

”자, 브라흐마 성녀. 우리 식사는 여기까지야.” “돌아가서 브라흐마 파만한테 말해.” “모략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요즘 다들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 “처음부터 난 당신들의 그런 조건에는 관심도 없었어. 당신에게는 관심이 있었지만.” 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브라흐마 로샨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은행 카드를 다시 가져오며 미소를 지었다. “브라흐마 성녀, 인도인이 나한테 약속한 것은 물속의 달 같은 거야.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거지.” “하지만 우리 국술당은 달라.” “난 당신이 마음만 고쳐먹는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악인의 길을 버리고 올바른 길을 찾아!” “내가 당신한테 약속한 것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브라흐마 로샨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오른손을 가방에 넣으려는 찰나 손끝에서 카드 한 장이 소리 없이 미끄러졌다. 방금 하현이 카드를 가져간 줄 알았는데 여우 같은 하현은 다른 카드를 그녀의 손에 슬쩍 넣었던 것이다. 브라흐마 로샨은 검은 골드 카드를 힐끔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망설이는 빛이 가득했다. ... 브라흐마 로샨을 깊은 고민에 빠뜨린 채 하현은 아샴호텔을 떠난 뒤 구양연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브라흐마 로샨과의 만남에 대해 보고를 했다. 아무도 이 일에 대해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한 것이었다. 오늘 밤, 그가 처음부터 인도인이 제시한 조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설레었다면 아마 브라흐마 파만 일당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손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오명만 뒤집어쓰고 영원히 비난받을 것이다. 오늘 밤 이 일을 겪은 후 하현도 인도인의 정보력에 대해 더욱 경계하게 되었다. 인도인이 제시한 조건들은 모두 하현이 의도적으로 만든 이미지에 따라 설계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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