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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9장

사청인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돌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하현이 이렇게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일 줄은 몰랐다. 그의 얼굴에서 보이는 예리함과 명석함은 용천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간단히 말해서 용천진은 하현 앞에서는 거의 초보자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하현은 눈초리를 가늘게 뽑으며 사청인을 흘겨본 뒤 옅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청인,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여기 앉아 있는 이상 용천진의 마음을 모두 다 알고 협력하기로 했다는 뜻이니까.” “협력이란 것은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건 용천진의 태도를 대변하는 거고.” “용천진이 무슨 조건을 내걸었는지 말해 봐.” “오늘 있었던 일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하고 이제는 협력할 것에 관해서 얘기해 보자구.” 하현의 말을 듣고 사청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하현이 설은아의 납치 사건으로 용천진과 완전히 척이 질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하현도 나름의 기준과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용천진이 설은아를 해치지 않은 이상 대국을 위해 원한은 잠시 접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사청인도 용천진이 중요한 순간에 자존심을 버리고 사과하고 설은아를 풀어준 뒤 협력하기로 한 결정에 마음속으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두 사람은 끝까지 싸웠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결국 목숨을 잃는 사람은 하현이 아니라 용천진이었을 것이다. “용천진이 머리를 숙인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무성 전체와 서북부 전체가 당신을 우러러보기에 충분해!” 여기까지 말한 후 사청인은 들고 온 에르메스 가방을 열더니 수표 한 장을 하현 앞에 내밀었다. “용천오가 약속한 삼천억이야!” “이천억은 설은아에 갚아야 하는 돈이고 나머지 천억은 이자야.” “이것으로 빚 청산은 마무리된 거야!” “이자를 천억이나 챙겨주었다는 건 용천진이 성의를 표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당신의 체면을 세워 준 것이기도 해.” “양측이 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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