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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2장

어둠이 깔린 무성 거리에 도요타 엘파가 자선모금 만찬장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백 퍼센트 확신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여러 가지 단서들과 분석으로 판단하면 설은아를 납치한 사람은 용천진이라는 한 사람으로 귀결되었다. 평소 같으면 차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가능한 한 빨리 증거를 수집한 후 정황을 좀 지켜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설은아와 관련된 일에 하현은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가 들은 바에 의하면 용천진이라는 사람은 고집이 엄청 세고 행동에 거침이 없다고 했다. 촘촘히 작전 계획을 세우고 후방에서 책략을 도모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용천진의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용천진은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웠다. 행동할 때는 미친 듯이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하현은 용천진의 손안에 들어 있는 설은아를 조금도 다치지 않고 구해 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자선모금 만찬장으로 가는 하현은 거칠게 차를 몰 수밖에 없었다. 하현은 신호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역주행도 서슴지 않았다. 하현은 차를 몰면서 공해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선모금 만찬장의 시스템을 해킹해 만찬장의 구조를 손에 넣었다. 그동안 진주희는 하현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하현을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또한 자신이 이 일에 깊이 개입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곧 차는 번화한 도심을 벗어나 자선모금 만찬장으로 향하는 대로에 들어섰다. “봥!” 바로 그때 하현의 눈꺼풀이 살짝 펄쩍였다. 사이드미러에서 벤츠 5대가 도로 한 쪽에서 튀어나와 기세 좋게 추격해 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벤츠 그랜드에는 마스크를 쓴 남자 몇 명이 타고 있었고 손에는 총을 들고 있었다. 분명 이 사람들은 하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하현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상대는 이미 미친 듯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벤츠 그랜드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나와 하현이 가는 방향으로 밀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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