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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7장

저녁 9시, 무성 종합병원. 하현은 자신이 고른 과일을 가지고 설은아의 병문안을 갔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내였고 부상을 입었으니 하현이 병문안을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최희정이 하현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하현은 최희정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매번 그가 올 때마다 거액의 수표를 건네면 어느덧 최희정의 불만스러운 입이 쏙 들어간다. 그러면 좀 더 편안하게 며칠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최희정의 입은 거칠었다. 하지만 그녀의 장점은 돈으로 구워삶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현은 그녀의 입을 돈으로 막으려고 할 때가 많았다. 설은아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 하현은 그녀의 휴식을 방해할세라 얼른 과일 바구니를 놓고 그곳을 떠났다. 최근 각지에서 유행하는 독감 때문에 하현은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착용한 뒤 독감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가능한 한 병실 밖을 나가지 말라고 설은아와 최희정에게 주의를 주었다. 하현이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나오자 마침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하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육중한 남자가 흰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한 채 바퀴 달린 손수레를 잡고 있었다. 안경 뒤에 숨어 있던 남자의 눈이 하현과 마주쳤다가 하현의 눈빛을 피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하현이 가족의 병문안을 온 환자 가족임을 확인한 후 흰 가운 입은 남자는 날이 선 눈에 힘을 풀었다. 하현은 의사와 시선을 마주친 뒤에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하현은 영 뒤가 찜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흰 가운을 입은 남자의 두 손에 두꺼운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보통 이런 굳은살은 무술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남자가 애써 숨기려 했지만 하현은 그에게서 옅은 살의를 느꼈다.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아무 내색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을 때 하현의 시선은 그 남자에게로 떨어졌다. 남자는 뭔가 의식한 듯 일부러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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