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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장

서재에서 하현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자리를 폈다. 마음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설은아의 마음을 이해했고, 만약에 자신이었다면 그렇게 침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장모는 뒤에서 더 부채질을 할 가능성이 컸다. 이번 일은 점점 더 귀찮아 지겠지. …… 다음날 아침 식사시간에 하현은 아침 일찍 식사를 차려놓고 설은아에게 인사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설은아는 아침 식사 대신 이혼 합의서를 면전에서 찢었다. 하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이 일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역시, 설은아는 냉랭하게 말했다. “이혼은 천천히 해도 되지만 네가 나한테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뭔데? 반드시 할게.” 하현이 서둘러 대답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지 묻지도 않고 바로 대답하네? 내가 너한테 불법적인 일을 시키면 어쩌려고? 무섭지도 않아?” 설은아는 떨리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직도 너의 됨됨이를 모르겠어? 너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거야.” “히죽거리지 마!” 설은아는 냉랭하게 말했다. “이전의 10억까지 포함해서 다시 10억을 빌려줘. 그리고 네가 직접 증명서를 써줘. 그건 너의 개인적인 채무이고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설은아의 표정을 보고 하현은 이것이 희정이 시킨 일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았다. 설은아의 성격으로는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설 씨 집안에서 3년 넘게 살면서 하현은 일찍 희정의 성격에 익숙해졌다. 더구나 이런 사소한 일이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은아가 기뻐할 수만 있다면 하현은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좋아. 현금으로 줄까? 아니면 수표로 줄까? 내가 사람을 시켜서 가져오라고 할게.” 하현이 말했다. “현금” “문제없지. 나에게 반나절의 시간을 줘.” 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 희정은 오늘 아주 신이 났다. 오늘은 흐린 날씨였지만 그녀는 온 몸에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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