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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장

10여분이 지나자 S급 검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한 대가 멈춰 섰고, 그 차 안에서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의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눈빛이 날카로워 딱 봐도 몸 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백 씨 가문의 후계자인 백운은 이전에는 우지용을 등에 엎고, 하엔 그룹에 미움을 샀었다. 지난번 설은아를 동창회에서 만난 이후 백 씨 가문은 우지용에게 혼 줄이 났는데 지금은 대대적으로 정비를 하였다. 그러나 말라 죽은 낙타가 말보다 크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백 씨 가문이 최근 좀 처참해져 장사도 줄줄이 적자가 났어도 여전히 일반인들 보다는 매우 강했다. 요즘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 화를 참고 있던 백재욱은 진건후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전에 봤었던 다윤이 묶여 있다는 소식에 너무 기뻐서 흥분해 달려왔다. 그 작은 아가씨는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적이 없었다. 오늘 밤 아마도 미혼인 여자를 찾은 기쁨을 누려 불운을 씻어 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백재욱은 군말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사람 어딨어?” 그 순간 건후는 아첨을 떨며 얼굴을 내밀고 굽신거리며 말했다. “백 도련님, 오셨습니까? 오늘 저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다윤의 얼굴은 창백해져 사람의 얼굴색이 아니었다. 끝장났다. 이 악마가 정말 왔구나. 내가 오늘 밤 끝을 보게 된다면 어디까지 처참해질지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다윤은 곧장 죽어도 한이 없었다. 그녀는 전통적인 여자라 그런 일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살아서 이런 곤욕을 치르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는 편이 나았다. 이 때 백재욱은 진건후를 상대하지도 않고 실눈을 뜬 채, 한걸음 앞으로 다가서서 웃으며 말했다. “다윤, 정말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너를 만지기도 전에 네가 내 뺨을 때렸었지? 오늘 네가 내 손에 들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하하하하……” 다윤은 입술을 깨물고 감히 백재욱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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