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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0장

붓놀림은 평범했지만 거침이 없는 유려하고 당당한 화풍이었다.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도성 최고 실세인 최양주의 마음속에 이미 모든 구상이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음속에서 모든 구상이 끝나지 않은 사람은 거침없이 솟구치는 이런 그림을 그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호탕한 기백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 획에 그의 온 정신이 쏠리며 산수화 한 점이 거의 완성되려는 찰나였다. 붓이 종이에서 떨어지려는 그 순간 최양주의 곁눈으로 하현의 모습이 보였다. 살짝 보았을 뿐인데 최양주는 그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최양주는 하현의 기운에 충격을 받은 듯 마무리하려던 그림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자신이 이 그림을 완성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얼굴을 살짝 찡그리던 최양주는 잠시 후 붓을 탁 내려놓더니 돌아서서 하현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시선이 하현의 몸을 쓸어내렸고 최양주는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최양주라 하네.” 뒤편 멀지 않은 곳에서 가만히 손을 모으고 있던 최영하와 최문성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젊은이를 이렇게 깍듯하게 대하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운 건 하현도 마찬가지였다. 도성 최고 실세인 분이 자신을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해 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하현은 정신을 다잡고 손을 뻗어 최양주의 손에 살짝 닿았다. “하현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평범한데 사람은 평범하지 않군그래!” 최양주는 웃으며 하현을 칭찬하는 말을 했다. “이틀 전 우리 영하가 자네 얘기를 꺼냈어. 우리 문성이랑 잘 아는 사이라며 날 찾아와 인사드리고 싶다고 했다지.” “모자란 내 아들이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나 하고 나도 지난 이틀 동안 조사를 좀 해 봤지.”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아주 대단한 일을 하셨더구먼.”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자네의 방문을 허락하지도 않았을 거야.” 담백하게 말했지만 최 씨 집안의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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