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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장

솔직히 말하면, 설 씨 어르신도 회사의 재무를 은아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설씨 집안 내에서 은아의 위치는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올라갈 것이고, 민혁의 위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선택사항이 없는 듯했다. 은아가 선뜻 나서서 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설씨 집안은 파산의 변두리에 놓일 것이다. “할아버지, 절대 누나를 믿지 마세요! 어떻게 누나가 이런 큰일을 해결하겠어요? 하엔 그룹은 경고장까지 보내왔다고요! 저는 이 여자가 애초에 하엔 그룹과 손잡고 이 기회를 이용해 우리 설씨 집안의 권력을 빼앗아가려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민혁은 매우 다급해 보였다. 얼마 전에 은아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싶어 안달이 났었는데, 지금 설 씨 어르신이 또 은아의 요구사항을 들어줄까 봐 겁이 났다. 은아가 재무를 관리하게 된다면, 민혁은 설씨 집안에서 일어서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후계자 자리도 불안정해질 것이다. “언니, 그런 꼼수로 감히 할아버지 앞에서 장난을 쳐? 정말 할아버지가 그렇게 잘 속을 것 같아?” 지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제법이네. SL 그룹의 재무를 관리하고 싶으면 적어도 이건 말해야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건데?” 동수도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은아가 재무 관리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은아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단해요. 제가 슬기한테 전화하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놀랍게도 하현이 말하고 있었다. “하현, 당신이 대화에 낄 자리가 있나? 슬기 씨랑 동창이라고 이런 큰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5000억이 뭔지는 알아? 50만 원도 얼마인지 모르지? 맨날 내 앞에서 허세나 부리면서, 벼락 맞을까 봐 무섭지 않아?!” 민혁이 하현을 노려보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5000억은 하엔 그룹한테도 작은 숫자가 아니야. 슬기 씨가 대표님의 비서이긴 하지만, 이런 중대한 사항의 결정권은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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