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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장

“거래요?” 슬기는 살짝 멍해졌다. 그녀는 방현진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혼란스러워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방현진은 가늘고 긴 담배에 아무렇게나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마신 뒤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후지와라 미우는 어쨌든 결국 섬나라 사람이야.” “그래서 그녀의 죽음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일이야. 문제가 큰지 작은지는 섬나라에게 달려 있어.” “너도 내가 섬나라와 관계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입을 열기만 하면 한 마디면 되는 일이야. 섬나라 쪽에서 후지와라 미우에 대해 추궁하지 않게 할 수 있어. 이렇게 하면 너희들에게 큰 일을 작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지.” “그리고 나는 대구 경찰서에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어. 30분만 시간을 주면 모든 증인의 진술을 다시 새롭게 만들 수 있어!” “심지어 일부 변하지 않는 증거들도 사라지게 할 수 있어.” “언론의 모든 유언비어도 30분 안에 사라지게 할 수 있어.” “한 시간만 있으면 우리 하현 하 도련님이 두 손 두 발 멀쩡하게 걸어 나와 계속해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될 거야.” “어때?” 방현진이 평온한 기색으로 하는 이 말들을 듣고 이소연과 주시현 등 사람들은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기색이었다. 그들은 방현진의 얼굴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조남헌, 진주희 등은 하현과 방현진 사이에 큰 충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방현진이 하현을 짓밟을 기회를 잡으려고 하지는 않더라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하현을 꺼내려고 할 줄이야. 슬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에야 천천히 말했다. “그럼 당신은 뭘 원하는데요?” “거래라고 했으니 방 도련님도 뭘 하는 지 말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방현진은 웃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오기 전에 미야모토가 하현의 손에서 나가주 H지대를 꼭 따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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