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1장

서울시 SL빌라. 오늘은 설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집안에는 이미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설씨 집안의 자손들은 너나 할것없이 준비해온 선물을 어르신께 드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웨쳤다. "어르신, 항상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세요." 의자에 앉아있는 설씨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아가들아. 오늘 내 기분이 참 좋으니 너희 소원을 각각 하나씩 들어주도록 하자꾸나!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보도록 하거라." "할아버지, 저는 바다 근처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싶어요. 그리 비싸지 않아요. 2억 정도밖에 안 돼요..." "할아버지, 저는 한정판 샤넬 백을 갖고 싶어요..." "할아버지, 저는 BMW 스포츠카 한 대를 갖고 싶어요..." "할아버지, 저는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어요..." "..." "좋아. 내가 너희 소원을 하나 하나 다 이루어주마!" 설 씨 어르신은 망설임 없이 약속했다. 선물을 요구한 설씨네 젊은이들은 너무 기뻐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싶은 분위기였다. 이때, 설 씨 집안 데릴 사위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스쿠터 하나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시장에 채소 사러 갈 때 사용하려고 그러는데.." 하현의 말이 끝나자, 설 씨 집안 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 진채로 하나같이 바보 쳐다보듯 하현을 바라봤다. 저 데릴사위 녀석 정신이 나간 건가? 이게 무슨 경우지? 어떻게 고작 데릴 사위 따위가 입을 뻥긋할 수 있지? 게다가 하현은 설 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선물 하나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 신세에 어쩜 저토록 뻔뻔하게 설 씨 어르신께 무언가를 요구하는 걸까? 심지어 다른 것도 아니고 스쿠터였다. 일부러 모욕하려고 그런건가? 3년 전, 설 씨네 할머니가 거지같은 몰골인 하현이라는 자를 집안에 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맏손녀인 은아를 강제로 하현에게 시집보냈다. 그러나 결혼 당일, 설 씨네 할머니는 손녀딸의 결혼식도 제대로 못보고 돌아가셨다. 그날 이후로 설 씨 가문 사람들은 누구 하나 하현을 제대로 대접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3년간 하현은 족욕 서비스 담당, 화장실 청소담당, 청소부, 가사도우미, 요리사 등 온갖 하찮은 일들을 도맡아 하면서 마당쇠같은 삶을 살아왔다. 어쩌면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런 하현이 지금 용기를 내 스쿠터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로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 집에 있던 스쿠터는 전날 채소 사러 갔을 때 도둑맞혔다. 빈털털이 신세인 하현은 오늘 이 기회를 빌어 소원을 말할수 밖에 없었다. 설 씨 어르신께서 오늘 기분이 좋으시니 하현은 당연히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씨 어르신에게 있어서 스쿠터는 그야말로 작디작은 일이었기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환했던 설 씨 어르신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어르신은 짚고있던 지팡이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대노했다. 어르신이 손에 쥐고 있던 유리잔을 던지자 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이 못난이 녀석! 너는 내 칠순잔치에 축하해 주러 온거니 아니면 망치러 온 거냐?" 하현의 아내 설은아가 한걸음에 달려와 설명했다. "할아버지, 오늘은 큰 경사가 있는 날이잖아요. 기쁜 날에 화내지 마세요. 화내시면 몸에 안좋아요." 그러고서 은아는 하현을 옆으로 끌어냈다. 이때 은아의 사촌 동생 설지연이 비웃었다. "은아 언니, 오늘이 무슨 날인줄은 아시나 보네요. 근데 언니의 못난이 남편 좀 봐봐! 할아버지 칠순 잔칫날에 빈손으로 오질 않나. 그래가지고도 감히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요구해? 뻔뻔하기 짝이 없어!" "맞아. 예의가 없어. 주제에 감히 뭘 요구해? 오늘 손님이 이렇게나 많이 자리에서 뭐하는 짓이래? 너무 쪽팔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설 씨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손자 설민혁이었다. 민혁은 은아를 줄곧 싫어해 왔다. 드디어 그런 민혁에게 은아를 놀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런 쓸모없는 자식! 대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집안에 남아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집안 망신은 다 저 녀석이 시키고 있어!" "이제야 알겠네. 일부러 우리를 엿먹일려고 그런거 아니야!" "병신같은 자식! 우리 집안에 하인은 많아. 지가 굳이 채소 사 올 필요가 있었나?" "생각도 없고 염치도 없는 놈! 설마 지가 우리 가문에서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당장 꺼져! 더 이상 우리를 망신시키지 말고, 안그럼 두들겨 팰 줄 알아!" "..." 설 씨네 집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햐한 욕설과 비난에 하현을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설 씨네 할머니가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하현은 잔인한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3년간 하현이 설씨네 집안에서 마당쇠같은 삶을 살아오면서도 단 한번의 불평조차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할아버지, 하엔 그룹 부장 강이준씨가 생신 축하드리러 오셨습니다!" 누군가가 문 앞에서 전했다. 얼마 후, 키 크고 잘생긴 한 남자가 미소를 머금은 채 홀 안으로 들어섰다. 하엔 그룹은 강남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집안인 하 씨 집안에서 운영하는 가족 사업체였다. 더군다나 이준은 하엔 그룹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이준은 훌륭한 집안 배경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중요하고 권위 있는 위치에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서울의 수많은 집안이 이준을 가까이하고 싶어 하나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이준은 설 씨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하려고 직접 찾아왔다. "설 씨 어르신, 이건 어르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에요!" 이준은 웃으며 말했다. 이준이 선물 상자를 열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상자 속에는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는데, 자그마치 10억 원어치였다. 서울에서 이 정도 액수의 돈은 청혼할 때 쓰인다. "설 씨 어르신, 저는 오늘 청혼하러 왔습니다. 저 은아씨 좋아합니다. 꽤 오래 됐습니다. 은아가 저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저와 결혼해 주길 바랍니다!" 이 소리에 놀라 웅성대는 사람들. 은아는 하현의 아내였다. 이준은 하현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걸까? 그는 하현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현은 그저 아무짝에 쓸모없는 데릴사위에 불과했다. 이런 하현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나? 하현의 기분따윈 신경 쓸 가치조차 없었다. "제가 한 말이 좀 갑작스럽게 느껴지셨을수도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은아가 못난이랑 사는걸 못봐주겠어요. 설 씨 어르신, 저의 제안을 한번 고려해주세요." 이준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은아를 향해 미소를 날린 후 유유히 떠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준은 하현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는 하현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준이 떠난 뒤, 모두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준 씨는 하엔 그룹 부장이야. 대단한 권력을 쥐고 있지. 이준 씨의 선택 하나가 작은 회사 하나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고 들었어, 망치게 하거나 흥하게 하거나." "은아는 정말 운이 좋아! 이준 씨와 결혼하는게 저 쓸모없는 하현이랑 사는 것보다 천배 만배 나을거 아냐!" "만약에 정말 둘이 결혼한다면 우리 집안도 당연히 이득을 볼것 같은데?" 은아의 여동생 설유아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현, 당신 스쿠터 갖고 싶지 않아요? 우리 언니와 이혼하겠다고 하면 내가 내일 스쿠터를 바로 사줄게요. 어때요?" "하하하! 맞는 말이야 유아가 제대로 말했네!" "이 쓸모없는 인간이 스쿠터 갖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우리가 사주자! 그리고 바로 이혼하게 해!" 설 씨 어르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르신은 하현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내면서 말했다. "하현, 네가 은아와 이혼해주겠다고 하면 뭐든 줄수 있어. 스쿠터는 물론이고 내가 바로 1억을 입금해 줄수도 있어. 어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하현은 그 순간, 옆에 있는 은아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리고나서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 저는 절대 은아와 이혼 안 해요." 설 씨 어르신의 표정이 급어두워졌다. 어르신은 하현을 손가락질하며 화가 나서 꾸짖었다. "못난놈! 염치도 없는 놈! 이런 좋은 제안을 거절하다니! 꺼져!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나는 이런 쓸모없는 자식이 내 생일 잔치에 참석하는 걸 원치 않아!" 하현은 놀라서 멍해졌다. 설 씨 어르신이 이 정도로 심하게 나올 줄이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를 뜨는 수밖에 없었다. "하현씨..." 은아는 망설였다. 하현을 쫓아가야 할지 말지 몰라 고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설 씨 어르신이 차갑게 말했다. "설은아, 만약 오늘 네가 감히 하현을 따라 나간다면 나는 너와 연을 끊고 절대 내 손녀로 인정하지 않을거니 그런줄 알어!" 은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이토록 인정사정 없으실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하현이 얼른 말했다. "할아버지 생신이야. 여기 그대로 있어. 나는 신경 쓰지 마." 은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뒤돌아서 떠났다. 민혁은 웃음이 터졌다. "우리 매형, 어떻게 집에 가시려나? 설마 집까지 걸어가겠다는 건 아니죠? 여기, 천 오백원 있어요. 매형 버스비로 쓰시게 제가 너그러이 드릴게요. 쪽팔려 하지 말고 받으세요!" 그러고서 민혁은 천 원짜리 지폐와 오백원짜리 동전을 꺼내 하현에게 던졌다. 설 씨네 집안 사람들은 웃음이 빵 터졌다. 하현은 이를 살짝 악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SL빌라를 떠났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마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모습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이때, 하현의 전화가 울렸다. 하현은 오래된 노인용 핸드폰을 꺼내 힐끗 쳐다보았다. 뒷자리 4자리가 8로 끝나는 전화번호였다. 하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메시지를 눌렀다. "도련님, 하엔 그룹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부디 집으로 돌아오셔서 해결해주시길 바랍니다."
Previous Chapter
1/3996Next Chapt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