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장
대표 사무실.
하현은 뒷짐을 진 채 눈앞의 화면을 하나 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겨울이가 일 처리를 꽤 잘하네. 때가 되면 본부장 후보에 올리겠어.”
하현 뒤에 서 있던 슬기는 오늘도 머리를 흩날리고 있었는데, 이 얘기를 듣자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 넘기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럼 제가 겨울 씨를 대신해서 먼저 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하겠습니다…”
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겨울이한테 전해줘요.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고 자세도 똑바로 갖춰야 한다고. 은아가 내 아내라고 과도하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이 부부관계도 얼마나 오래 갈지 몰라요…”
이 말을 하며, 하현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은아에게 진심이었지만…
하현 뒤에서 슬기는 앞부분의 말을 들었는지도 모른 채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대표님, 이… 이혼하시려고요?!”
“내가 이혼한다는 게 그렇게 이상해요?” 하현은 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인정할게요, 나는 지난 3년 동안 은아에게 진심이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말하자 하현은 더 이상 말하기 싫었다. 그는 원래 은아가 자신에게 호감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현은 지금 은아가 자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사랑은 아니고 단순한 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아지 한 마리처럼, 오래 키울수록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하현은 이 말을 하면서도 오히려 그런 순간이 다가온다면, 자신이 반드시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현이 외로운 모습으로 작게 탄식하는 걸 보니, 슬기는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그녀는 이 순간 뭐라 말할 엄두가 없었고 생각만 하다가 말했다. “대표님, 사람을 불러서 침실에 가구를 다 배치해 놨습니다. 그런데 욕실은 그렇게 빠르지 않고 인테리어 공사하는 데 며칠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오늘 밤도 잠시 저의 집에서 머무르시겠어요?”
“그래요.”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힐끗 쳐다보았다. 지금 그에게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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