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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양정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평생을 의술에 바친 명의들도 손쓸 방법이 없던 상황인데 겨우 스무 살 남짓한 젊은이가 무슨 수로 자신을 고치겠다는 것인가? 그는 진태웅을 흘끗 보며 속으로 평가했다. ‘저 녀석, 의술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우리 지안에게 접근하려는 변태로 보이는군.' 원래 성미가 불같았던 양정국은 당연히 진태웅에게 좋은 표정을 지어줄 리 없었다. 진태웅은 노인이 자신을 믿지 않는 걸 알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르신, 지금 상태가 매우 위중하십니다. 단둘에서 잠깐 이야기해 보시겠어요?” “지안아, 잠깐 나가 있거라. 이 친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보마.” 양정국은 냉소를 흘리며 양지안에게 말했다. 양지안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진태웅을 믿어보기로 했다. 문을 닫으며 병실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에는 미묘한 기대감이 묻어있었다. 방 안에 단둘이 남자 양정국이 직격탄처럼 물었다. “말해 보거라. 네가 지안에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이냐?” 진태웅은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그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여 후배로서의 예를 다했다. “진씨 가문 손자 진태웅입니다. 할아버지께 인사드립니다!” 양정국은 잠시 당황하다가 얼굴색이 변하며 물었다. “너... 네가 말하는 진씨 가문이 혹시 백록시의 그 진씨야?” “그렇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진강희고, 할아버지는 진영준입니다.” 진태웅은 말을 이어가며 몸에서 금반지를 꺼내 건넸다. 양정국은 그것을 받아 몇 번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기쁨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네가 영준의 손자였구나. 좋아, 좋아. 내가 너를 오해했어.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어서 와서 좀 자세히 보여다오.” 진태웅이 앞으로 다가가자 노인은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역시 영준이의 손자답군. 준수한 외모에 그 사람 분위기가 느껴져.” 진태웅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흡족함으로 가득했는데 마치 친손주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그는 다시금 피를 토해냈다. “할아버지,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제가 병을 고쳐드린 뒤에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죠.” 진태웅은 서둘러 할아버지의 감정을 달래며 말했다. “제가 지난 몇 년간 고승님께 의술을 배웠는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바깥에서 기침 소리를 들은 양지안은 더는 참지 못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할아버지는 괜찮다. 너무 기뻐서 그런 거야.” 영정국은 고개를 젓더니 문득 진태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야, 너 아직 결혼은 안 했지?” ‘드디어 시작이군...’ 진태웅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 없습니다.” 양정국은 오히려 더 기뻐하며 말했다. “좋아! 마침 지안이도 있으니 너희들 오늘 중으로 혼인신고를 하거라. 내가 길일을 골라서 결혼식을 치러주마.” “할아버지!” 양지안의 아름다운 얼굴이 굳어지며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오직 진태웅만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할아버지가 아직도 그 어린 시절 약혼을 기억하고 있다니...' 양정국은 양지안이 모르고 있는 것을 보고 설명을 덧붙였다. “지안아,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했던 것 기억하느냐? 네가 어렸을 때 정해둔 약혼자가 있었다고. 진태웅 씨가 바로 그 사람이다.” “네?” 양지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 약혼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할아버지도 더는 언급하지 않자 단순한 농담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할아버지가 다시 그 얘기를 꺼냈을 뿐만 아니라 그 진태웅이 바로 자신의 약혼자라는 사실에 양지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양지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양정국은 단호하게 선언했다. “됐다. 이렇게 결정했다.” 양지안은 입술을 깨물며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전 동의하지 않아요!” “네가 거부한다면 난 치료를 받지 않을 거야. 그냥 죽는 게 나아.” 양정국은 두 사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갑자기 그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온몸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와 침대 위에 털썩 쓰러지며 비 오듯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양지안은 깜짝 놀라 얼굴빛이 새하얗게 변했다. “할아버지! 제발 이러지 말아요! 제가 할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 이분과 결혼할게요!” 진태웅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지안 씨, 할아버지의 상태가 악화하였으니 잠시 비켜주세요. 제가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겠어요.” “진태웅 씨, 제발 할아버지를 꼭 살려주세요...” 양지안은 눈물을 닦으면서 한쪽으로 물러났다. 진태웅은 소지한 가방에서 은침 세트를 꺼내 양정국에게 치료를 시작하려 했다. 그 순간, 병실 문밖에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멈춰! 무슨 짓이야?” 사각형 얼굴에 위엄이 느껴지는 중년 남자가 정장을 입은 노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큰아버지!” 양지안이 중년 남자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방문한 이는 바로 양씨 가문의 장남 양도형이었다. 양도형은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안아, 저 자식은 누구냐? 감히 은침으로 네 할아버지를 찌르려 하다니?” “큰아버지, 진태웅 씨는 제가 할아버지 병을 치료해 드리자고 모신 분이에요.” “털도 안 난 어린놈이 무슨 자격으로 네 할아버지를 치료한다는 거냐?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 양도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냈다. 그녀 뒤에 있던 노인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요즘 젊은것들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지. 양씨 어르신의 병은 수많은 명의를 좌절시켰는데, 이 풋내기가 감히 분수도 모르고 나서다니.” 양도형이 양지안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내가 특별히 경도에서 모신 방서훈 명의님이시다. 백 년 의약 세가 출신에 ‘약왕'이라는 칭호를 지니신 분이시며, 수도 없이 많은 생명을 구원하셨지. 또한 경도 신림협회 회장이기도 하시다...” 방서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양정국과 양지안은 깜짝 놀랐다. 약왕 방서훈, 그 이름은 용천국에 명성이 자자했다. 두 사람은 큰아버지가 이런 대인물을 모셔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에 비하면 아직 나이 어린 진태웅은 지나치게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나중에 다시 너에게 물을 거야.” 양도형은 양지안을 노려보며 화를 내더니 곧바로 방서훈을 향해 말했다. “명의님, 아버지를 부탁드립니다.” “양도형 씨, 안심하십시오.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습니다. 어르신께서 무사하시도록 하겠습니다.” 방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흰색 옥패에서 검은색 알약 한 알을 꺼냈다. “이것은 제가 특별히 제조한 소환단으로, 20여 가지 약재와 천년 인삼까지 넣어 만든 것입니다. 어르신의 난치병에 특효가 있을 거예요.” “어르신께서 이 약을 드시면 반드시 병세가 호전될 것이며,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실 겁니다!” “좋아요! 어서 아버님께 드리세요!” 양도형은 기쁨에 넘쳐 말했고 양지안 역시 기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잠깐만요!” 진태웅이 갑자기 방시훈을 제지하더니 코를 살짝 실룩이며 공기 중에 퍼진 약 냄새를 맡고 천천히 말했다. “제가 냄새로 판단하건대, 이 소환단이라고 하는 것에는 당귀, 천궁, 길경, 백작약, 홍화, 천년 인삼 등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진태웅의 말이 끝나자 방시훈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이 약에는 실제로 20여 가지 한약재가 들어있었다. 비록 모두 희귀한 재료는 아니었지만, 진태웅이 단지 냄새만으로 모든 재료를 하나하나 정확히 맞춰낸 것이다. 진태웅의 다음 말은 그를 분노로 들끓게 했다. “약재 자체는 훌륭합니다. 아쉽게도 당신은 약리를 잘 알지 못해 약성이 지나치게 복잡하게 뒤섞였군요. 생명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을 해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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