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윤서야, 뭐 보고 있어?”
안전벨트를 풀던 신우빈은 옆자리에 앉은 손윤서가 멍하니 있는 걸 발견하고 물었다.
“방금 진태웅이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아마 착각이겠죠.”
손윤서는 의심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우빈도 비웃었다.
“이건 양씨 가문에서 주최하는 자선 파티야. 초대받은 사람들은 다 명망이 있는 분들인데 그런 거지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날 수 있겠어?”
손윤서도 같은 생각이 들어 더는 생각보지 않았다.
“이제 들어간 후 먼저 몇몇 주요 고객들을 소개해줄게. 규모가 커서 협력할 수 있다면 프로젝트의 문제는 해결될 거야. 내가 친구를 통해 들었는데 이번 파티는 양씨 가문의 사람이 직접 주최한다더군. 기회를 봐서 소개해 줄 테니 내 연줄로 새 프로젝트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정말 다행이네요. 그럼 우빈 씨, 부탁드릴게요.”
손윤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대규모 계약 해지로 고민이 많았는데 신우빈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
그녀가 고맙다고 말하자 신우빈은 손으로 손윤서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우리 사이에 그런 예의 갖춘 필요 없잖아.”
신우빈의 친밀한 행동에 손윤서는 거절하지도 않고 그와 연인처럼 다정한 자태로 연회장에 들어갔다.
이 홀은 여러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은 메인 홀에서 인사하며 교류했다.
진태웅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 한 바퀴 돌고는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때 주머니에서 뭔가 딱딱한 것이 잡혀 꺼내 보니 팔찌였다. 이것을 본 진태웅은 두 눈에 감회의 눈빛이 스쳤다. 이 팔찌는 일주일 전 손윤서의 생일 선물로 준비했지만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다.
“이걸 경매에 부쳐주세요. 낙찰금은 자선기금으로 기부하시고요.”
진태웅은 직원을 불러 팔찌를 건넸다. 먼지 쌓이게 두느니 마지막 가치를 발휘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원이 절차에 따라 진태웅의 정보 등록을 하려 했지만 이런 명성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거절했다.
점점 많은 손님이 도착하며 파티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구석에 앉아 있는 진태웅을 눈치챈 사람들도 있었지만 낯선 얼굴이라 다가가 말을 걸지 않았다.
“태웅 씨, 정말 당신이에요?”
손윤서가 주변을 둘러보던 중 진태웅을 발견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신우빈도 진태웅이 정말로 이런 곳에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하고 눈썹을 찌푸리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관둬요. 이런 사람과 얽힐 필요 없어요.”
손윤서가 신우빈을 말렸다.
“이런 거지는 보기만 해도 역겨워. 분명 너를 따라온 거야. 지금 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 끈질기게 매달릴 거라고.”
신우빈의 말을 들은 손윤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더는 말리지 않았다.
진태웅 앞에 다가온 신우빈은 코웃음을 치며 쌀쌀하게 말했다.
“정말 껌딱지가 따로 없네요. 여기까지 쫓아왔어요? 윤서는 이미 당신과 이혼했고 재결합할 가능성도 없어요.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나가세요.”
두 사람이 나타나자 진태웅은 머리가 아파 났다. 특히 신우빈의 오만한 말투는 정말 우스웠다.
옆에 있던 손윤서는 비록 입을 열지 않았지만 표정으로 봐선 신우빈의 말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착각하지 마. 여기 온 건 너희랑 상관없어. 할 일 없으면 저리 가.”
진태웅이 차갑게 말했다.
“하하, 그것참 입만 살았네요.”
신우빈은 진태웅의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비웃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요?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온 거죠? 초대장 없이 몰래 연회에 들어온 거예요?”
초대장? 양지안과 함께 다른 통로로 들어온 진태웅은 확실히 초대장이 없었으나 이런 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네요.”
신우빈은 진태웅의 반응을 보고 더욱 의기양양했다. 그는 즉시 경비원을 불렀다.
“이 사람은 초대장이 없이 몰래 들어왔어요. 당장 쫓아내세요.”
경비원이 진태웅에게 공손히 말했다.
“실례합니다. 초대장을 보여주시겠어요?”
진태웅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간단히 대답했다.
“저는 초대장이 없어요.”
그가 이렇게 솔직하게 인정하자 경비원도 당황해하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손윤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한심한 눈빛으로 진태웅을 바라보았다.
“태웅 씨는 정말 유치하네요. 이런 식으로 나를 만나려나본데 우린 불가능해요. 어제 그 여자도 태웅 씨가 일부러 고용한 거죠? 이런 행동이 스스로도 유치해 보이지 않아요?”
현재 상황과 연결 지어 손윤서는 어제의 일을 이렇게 해석했다.
진태웅이 자신보다 예쁜 여자를 고용해 자신을 후회하게 만들려 한 것이라고 말이다.
진태웅은 손윤서의 억지 해석을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변명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사람들과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손님, 초대장이 없다면 일단 저와 함께 나가주셔야겠습니다.”
경비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공손하게 말했다.
양지안에게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진태웅은 경비원을 귀찮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일어서려는 순간 멀리서 한 여성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경비원은 그녀를 보자마자 허리를 펴고 정색해서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서연주는 아까부터 이쪽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와 진태웅을 보고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음을 알고 경비원을 향해 손짓했다.
“이분은 문제없으니 다른 일 보러 가봐.”
“네!”
명령을 받은 경비원은 즉시 물러났다.
그러나 이 상황에 신우빈과 손윤서는 어리둥절해졌다.
“어떻게 된 거죠? 초대장도 없는 사람을 그냥 놔둔다고요? 현장 안전을 이렇게 관리하는 거예요?”
신우빈이 서연주를 노려보며 따졌다. 그녀의 얼굴이 예쁘지 않았다면 아마 큰 소리로 욕했을 것이다.
서연주는 신우빈을 담담히 흘겨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잖아요. 이분은 문제없어요. 제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의견을 제출할 수 있어요. 철한당의 대문은 항상 열려있거든요.”
“...”
철한당이라는 말에 신유빈과 손윤서는 표정이 변했다.
철한당은 이상한 조직이 아니라 강주 최고의 보안 그룹으로 특수 훈련을 받은 경호원과 보안 요원을 많이 양성했다. 특히 강주시에서 명망이 있는 가문 중 80% 이상이 철한당과 장기적으로 협력하고 있어 그 지위는 명문가보다 더 높았다.
신우빈은 비록 두렵지 않았지만 이런 사소한 일로 철한당과 불찰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다만 진태웅 같은 쓰레기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어 배가 아파 났다.
서연주를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 생각지도 못한 진태웅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서연주는 그의 시선을 오해했는지 먼저 설명했다.
“아까 위층으로 올라갈 때 태웅 씨를 봤어요.”
직원 통로를 통해 들어왔다는 것은 이미 사전 검증이 끝났다는 걸 의미한다. 서연주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고 나섰을 뿐이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이 일이 끝날 무렵 뒤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우빈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자 즉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세준아, 오늘 왔구나. 난 네가 안 오는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