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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화려한 등불이 밝혀진 초저녁, 강씨 가문 별장 안에서.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강씨 가문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강성진은 거실 중앙 자리에 앉아 있었고 둘째네와 셋째네는 각각 그 옆에 앉았다. 두 집안의 젊은이들은 모두 조용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강성진의 맞은편에 앉은 강기태는 얼음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억압적인 기운을 풍겼다. 강현우가 오늘 방을 내어준 일을 사실대로 말하자 그제야 강기태는 자신이 돌아오기 전에 강우진과 강우석 등 사람들이 어떻게 한가을을 괴롭혔는지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지우는 한가을 보고 집에서 나가라고 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강기태는 이유도 모르면서 한가을에게 함부로 송씨 가문을 찾은 것을 따져묻고 다른 사람들처럼 그녀더러 방을 동생에게 내주어라고 했던 것이다. 그제야 강기태는 한가을이 얼마나 실망했으면 집을 나가겠다는 말을 했을지 깨달았다. 강기태는 자신이 아버지로서 자격을 잃은 것 같았다. “아주버님, 지우가 아직 어려서 오늘 이런 일이 생긴 거니까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가을이한테 설명하고 용서를 구할게요...” 김영애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먼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강기우는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찌푸리고 동의하지 않는 듯 김영애의 손을 잡아당겼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지우가 어려서 생각없이 한 말이지. 원래 별일도 아닌데 가을이가 괜히 일을 크게 만든 거야. 집에 돌아온지 이틀만에 다시 나가겠다니...” 강기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기태가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고개를 들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기우야, 내 딸이 돌아오자마자 괴롭힘을 당하고 집을 나가려는데 이게 별일 아니야?” 그러자 강기우의 얼굴 근육이 떨렸다. 강기태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자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강기태는 곧 무서운 눈빛으로 모든 사람들을 한번씩 훑었다. “지우가 나이가 어려서 가을의 방이 예쁜 걸 보고 탐낼 수 있어. 그건 별 거 아니야. 그런데 강씨 가문이 가난한 집안도 아니고 지우가 원하면 다시 방의 인테리어를 바꿔주면 되는 걸 왜 굳이 가을이 보고 방을 내놓으라고 한 거야?” 강기우네 가족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기태의 목소리가 더 가라앉았다. “너희는 진짜 방을 내놓으라고 하려는 게 아니고 우리 집에 온지 얼마 안 된 가을이에게 너희가 받아들일 수 있게 환심을 사는 행동을 강요한 거잖아!” “형, 그 말은 너무했어요. 다 애들인데 설마 그런 생각했겠어요?” “아니야? 만약 처음부터 가을이를 외부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할 수 있어? 아무리 어린애가 화 나서 한 말이라고 해도 자기가 어떤 말을 할 수 있게 어떤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지.” 강기태가 무섭게 말하자 옆에 있던 강지우는 몸을 떨더니 순간 겁을 먹고 김영애의 품으로 움츠렸다. 그리고 입을 삐죽 내민 채 감히 전처럼 울지는 못했다. 김영애는 그런 강지우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말했다. “지우가 실수했으니 제가 가을이를 찾아가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돌아오라고 할게요. 윗사람인 제가 직접 가서 빌면 안 돌아오려고 하지는 않겠죠. 아주버님, 지우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옆에 있던 강우석은 자신의 엄마가 큰아버지 앞에서 이렇게 비참하게 보일 정도로 애원하는 것을 보고 언짢은 듯 눈빛이 변하더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큰아빠, 가을이 걔가 직접 나가겠다고 한 거지 우리는 강요한 적 없어요. 게다가 이건 우리 엄마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엄마가 가을이한테 빌러 가야 해요? 가을이는 자기가 잘못해서 송씨 가문을 건드린 걸 알고 할아버지가 화를 내실까 봐 일부러 가출한 걸지도 몰라요.” 그러자 강기태는 고개를 들려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을이가 잘못한 건 내가 가르쳐줄 수 있어. 다른 사람들한테 굳이 그런 소릴 들을 필요가 없다고. 그런데 우석아, 네가 앞으로도 가을이한테 이런 태도일 거면 나를 큰아빠라고 부르지도 마.” 강기태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강우석과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섬뜩해서 저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강기태는 다시 강우진과 강우석을 포함한 젊은이들을 한 번 훑었다. “너희들도 똑같아. 만약 가을이를 받아들이기 싫으면 앞으로 나를 큰아빠라고 부르지 마.” 강기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속엔 처음 느껴지는 엄숙함이 있었다. 몇몇 젊은이들은 감히 그러지 못하겠다는 듯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곳게 폈다. 옆에 있는 강기성은 늘 큰형님 강기태를 존경해왔다. 이때 강기성도 자신의 아들의 등을 치고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했다. “형, 애들이 말은 거칠게 해도 나쁜 애들이 아니에요.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일게 뭐가 있어요. 가을이는 원래 우리 가문의 사람인데.” 그러자 강기태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압박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을이는 18년의 세월을 잃었어. 한씨 가문에서 부족하지 않게 키웠긴 했겠지만 가을이가 그 집에서 많은 억울한 일들을 겪었을 거야. 이제 어렵게 집에 돌아왔는데 더 이상 억울함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가을이에게 양보하라는 게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가을이를 우리 가족으로 받아줬으면 좋겠어.” 강기태는 머뭇거리더니 목소리가 더 가라앉았다. “만약 그렇게 못 하겠으면 내가 가을이랑 현우를 데리고 나가서 따로 살게.” 강기태가 내뱉은 말은 마치 거대한 바위가 잔잔한 물에 떨어진 듯 강기우와 강기석네 가족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들은 강기태가 이렇게 진지할 줄을 몰랐다. 한가을 때문에 분가하겠다니. 그리고 이때 조금 전부터 조용하던 강성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위엄 있지는 않았지만 진지한 목소리였다. “기태야, 그 말은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구나.” 강성진이 이어서 말했다. “강씨 가문은 하나의 전체야. 내가 살아 있는 한, 아무도 집에서 나가겠다는 말을 하지 마!” 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침묵했고 아무도 감히 강성진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강우진조차도 그저 마음속으로만 집을 나가겠다고 한 건 한가을이라고 생각했다. 강성진은 시선을 둘째네 부부로 돌렸다. “강씨 가문의 애들은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 있어. 하지만 애가 원하는 걸 들어주면서도 이 세상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란 것을 가르쳐야 해.” “만약 너희가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없다면 내가 직접 가르칠 거야.” 강지우는 할아버지가 직접 자신을 가르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몸을 떨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했다. 강기우와 김영애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아이를 꼭 껴안으며 제대로 가르치겠다고 했다. 이때 여러 젊은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한 것 같아 강성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조금 전부터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는 강현우에게 말했다. “이제 시간 내서 네 동생을 다시 데려와. 가문에서 가을이의 강씨 가문 아가씨의 신분을 정식으로 발표하려고 파티를 준비했으니까 돌아와야 해.” 그러자 강현우는 여전히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강성진이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갑자기 집사가 밖에서 들어와 강기태에게 말했다. “대표님, 송씨 가문 대표님과 사모님이 오셨습니다.” 강기태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이 시간에 송씨 가문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다니. 설마 또 가을이 일 때문인가?’ 한가을이 직접 찾아가서 그런 말을 한 건 잘못한 게 맞지만 그렇다고 집까지 찾아와서 따지는 것은 너무 과했다. 옆에 있는 강우진과 다른 사람들은 방금 혼났기 때문에 감히 함부로 말을 내뱉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가을 꼴좋다는 듯이 몰래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한가을이 친 사고 때문에 송씨 가문 사람들이 따지러 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가을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집을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입구에서 송씨 가문 부부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들의 표정은 매우 조급해 보였다. 강기태는 한가을 때문에 그들이 오해한 줄 알고 엄숙한 표정을 풀면서 그들을 맞이했다. “대표님, 사모님, 오늘은 가을이가 뭘 모르고 함부로 찾아갔었습니다. 제가 이미 혼냈습니다...” 강기태는 자신이 먼저 사과하면 송영민과 김지애의 성격 상 더 이상 따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급변하더니 황급히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강 대표님,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우리 부부가 상황을 잘 모르고 가을 씨를 오해한 겁니다. 가을 씨는 좋은 마음으로 당부해 준 것인데 저희가 모르고 실수했어요. 그러니 저희에게 강 도사님을 직접 찾아뵙고 사과해 드릴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송씨 가문 부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거실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졌다. 강우진과 다른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자신들이 잘못 들은 줄 알고 의심했다. ‘송씨 가문 부부가 찾아온 이유가 가을이에게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니? 게다가... 강 도사님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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