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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강가을이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가자 새하얀 한이쁨이 쌩하고 그녀 곁으로 달려오더니 재빠르게 다리를 타고 올라 자연스레 품에 안겼다. 한이쁨의 뒤를 따르던 집사와 경호원들이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가족들도 강가을의 품속에 안긴 한이쁨을 발견하곤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가을아, 저 여우 설마 네가 데리고 온 건 아니지?” 김영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에, 다른 것도 아니고 어떻게 여우를. 집에 애도 있는데 물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까요! 어제 제가 안 된다고 그렇게 막았는데!” 역시 소란에 내려온 강우진이 바로 맞장구를 쳤다. “저희 이쁨이는 사람 안 물어요.” 강가을이 단호하게 말했다. “여우가 얼마나 사나운 동물인데. 그 말에 책임질 수 있겠어?” 이번에 입을 연 건 강가을 또래의 소년이었다. 강기우의 아들 강우석으로 그 역시 갑자기 나타난 강가을의 존재가 딱히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강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진에게서 악감정을 느낀 건지 강가을의 품속에 누워있던 한이쁨이 고개를 들어 괜히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 모습에 기겁하며 뒤로 물러선 강우진이 빽빽댔다. “저것 봐!” “엄마! 무서워요! 얼른 내보내요! 얼른요!” 또 다른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기우의 막내딸 강지우로 꽤 겁을 먹었는지 김영애의 다리 뒤에 꼭 숨어있었다. 바로 그때, 집으로 들어온 강현우는 눈앞의 광경에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가족들이 빙 둘러선 채 강가을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만 봐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눈에 훤했다. “내가 허락했어. 불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강현우의 말에 다른 형제, 자매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서 가만히 있던 안서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저희가 괜히 이래요? 애들도 문제지만 할머니도...” 안서우가 말끝을 흐렸지만 다들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옥자는 워낙 동물을 싫어해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집에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건강까지 악화되어 그 누구도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게 관례가 되었다. 지금은 리조트에서 휴양 중이라지만 집으로 돌아온 그녀가 여우의 존재를 발견한다면 화병으로 넘어간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안서우의 말은 강현우에게 그가 이 집안일을 모두 결정할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현우는 여전히 침착했다. 아름다운 눈이 안서우를 살짝 스쳤다. “할머니한테는 내가 말씀드릴 거니까 걱정하지 마.” 분명 친절한 말투였지만 왠지 모를 포스에 안서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강현우는 말을 이어갔다. “여우 집은 정원 동쪽에 지으세요.” 그제야 가족들은 강현우 뒤에 서 있는 남자들을 발견했다. 나무판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여우 집을 만들러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강현우의 추진력에 놀란 건 가족들은 물론이고 강가을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어제 강현우의 허락을 받긴 했지만 바로 다음 날 집까지 준비해 준 것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쁨이를 내보낼 순 없겠어. 오빠가 이렇게까지 내 편을 들어주는데 내가 약하게 나가면 안 돼.’ 한이쁨을 안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강현우의 단호한 말투에 강우진을 비롯한 3세대들은 더 이상 불만을 내뱉지 못했다. ‘할머니가 돌아오셔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어.’ 다들 이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한편, 한이쁨을 안고 방으로 돌아온 강가을은 아침을 먹은 뒤 한이쁨의 털을 윤기 나게 빗어준 뒤에야 만족한 얼굴로 집을 나섰다. 아침에 늦잠을 잔 탓에 시간은 어느새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흠, 지금쯤 회사에 갔으려나? 아니지. 어제 그 난리를 피웠는데 일단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는 게 맞아.’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이수현은 아직 출근 전이었다. 깔끔한 정장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멀끔하게 단장한 걸 보니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그저 편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 주위의 금빛 아우라가 너무나도 눈부셨다. 눈을 깜박이던 강가을이 한이쁨과 함께 다가갔다. “집에 있었네요.” 강가을을 묘한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던 이수현이 감정을 눈치챌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오늘 아침 일찍 올 거라고 했잖아요.” “네?” ‘아니 그럼 저 모습으로 지금까지 집에 있었던 게 어제 내 말 때문이란 소리야? 날 기다렸다고? 설마... 저 정도 거물이면 1분에 버는 돈이 얼만데... 아닌가? 워낙 돈이 많아서 한가한 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에 꽂힌 강가을과 달리 사실 이수현의 포인트는 아침 일찍에 있었다. 은근히 고지식한 구석이 있는 이수현은 아침 일찍 다시 찾아오겠다는 강가을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기다렸던 것이다. 그 일찍이 10시 반인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어제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이쁨이가 어제 큰 민폐를 끼쳤죠. 제가 직접 만든 평안 부적인데 선물로 드릴게요.” 강가을이 옥패가 든 복주머니를 건넸다. 영력이 깃든 좋은 옥에 부적을 새긴 옥패로 꽤 귀한 물건이었지만 이수현처럼 강한 기운을 내뿜는 이에겐 어차피 잡귀들은 얼씬도 못 할 것 같아 더 좋은 물건으로 선물한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라도 친해지면 누가 알아? 저 기운의 덕을 볼지.’ 복주머니를 받은 이수현은 열어보지 않고 그대로 집사에게 건넸다. “음... 그게... 그런 건 몸에 지녀야 효력이 있는 거거든요.” 이에 집사에게 건네려던 손길이 멈칫하고 이수현은 복주머니를 정장 주머니에 쏙 넣었다. 그제야 강가을은 미소를 짓고 사과 의식이 끝났음을 눈치챈 이수현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한이쁨과 함께 쪼르르 달려간 강가을은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순간 그 주위의 금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반짝이는 금빛이 손바닥에 담긴 걸 발견한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뭐야. 정말 내가 기운을 받을 수도 있는 거였어?’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방금 전 그녀의 행동을 발견한 건지 이수현이 물었다. 어차피 기운을 빼앗았다는 말 따위 믿지 않을 테니 강가을은 재빨리 다른 핑계를 댔다. “아, 저도 마침 외출하려고 했는데 차 좀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강가을을 훑어보던 이수현은 방금 전 그녀가 건넨 평안 부적을 떠올렸다. ‘그거 하나로 사과도 하고 차도 얻어 타겠다? 생각보다 뻔뻔하네.’ 물론 겉으론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이다. 한이쁨과 함께 차에 탄 강가을은 이수현의 시선에 여전히 여우에게 향한 걸 발견하고 바로 설명했다. “어제 제가 깨끗하게 씻겼어요.” “큼.” 그제야 시선을 돌린 이수현이 물었다. “어디로 갈 거죠?” “송씨 가문 저택이요.” ‘이제 용돈벌이나 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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