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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하지만 눈치 빠른 강현우는 바로 고민에 잠긴 아줌마의 표정을 캐치했다. “영자 아줌마, 왜 그러세요?” 영자라는 이름의 아줌마가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 “사실 수영 씨가 여기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저희끼리 얘기하면서 알게 된 건데... 아들이 지적장애 2급이었대요. 학교도 특수학교를 다녔고요.”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두 사람은 나이대가 비슷해 사적인 얘기도 많이 나누곤 해 서로의 가정사까지 꽤 자세히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럼 그 아들이 언제부터 멀쩡해졌는지는 알고 계시나요?” 강가을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던 영자 아줌마가 대답했다. “아마 8년 전쯤일 거예요. 어느 하루는 표정이 너무 밝아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겼냐고 물었더니 아들 병이 다 나았다고 하는 거예요. 아마 여름쯤이었을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던 강가을이 강현우에게 말했다. “8년 전, 수영 아줌마 주위나 강씨 가문 일가친척 중에 갑자기 바보가 된 아이가 없었나요?” 그녀의 말에 강현우는 물론이고 줄곧 침묵을 유지하던 강기태마저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죠. 지적 장애인이 하루아침에 멀쩡해졌다는 건 다른 누군가의 지혜를 빼앗았다는 걸 의미해요. 대신 지혜를 빼앗긴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어버렸겠죠.” 강가을이 콕 집어 김수영 주위나 강씨 가문 일가 친척을 얘기한 건 지난 10년간 강씨 가문 저택에서 고용인으로 일한 김수영이 접촉하고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일 것이란 추측 때문이었다. 한편, 강가을에게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고 씩씩대던 강우진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영민 삼촌네 바보딸 있잖아요!” 거실에 있던 모두의 시선에 강우진에게 쏠렸다. “버릇없이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조카를 꾸짖은 강기태가 강가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강가을이 하는 말 중 절반은 그저 헛소리로 넘겼지만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짚어내니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었다. ‘송영민 대표 딸이 정말 아줌마 때문에...?’ 송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대대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오는 사이였는데 정말 공교롭게도 송영민 대표의 딸이 하루아침에 바보가 된 것도 8년 전이었다. 하지만 아직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긴 했다. “하윤이가 바보가 된 건 기마 수업을 받다 말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기 때문이야.” 송씨 가문도 내놓으라 하는 명문가이니, 정말 아이가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었다면 온갖 병원은 물론이고 무당까지 데리고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필 사고로 다쳤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에 강가을은 또다시 질문했다. “그럼 하윤이라는 아이가 8년 전 이 집에 온 적이 있었나요?” “그래.” 강현우가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강씨 가문의 장손으로서 어린아이가 손님으로 오면 그가 맞이하는 게 관례였는데다 송하윤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여느 또래 아이들보다 착하고 귀여운 성격이었는지라 유난히 기억이 남았다. 물론 낙마 사고가 있은 뒤로 다시는 이곳에 오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혹시 사진 있을까요?” 강가을이 물었다. 송하윤의 사진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곧 SNS를 뒤져 아이의 사진을 찾아낸 강현우가 강가을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진을 확인한 순간 강가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 맞아요.” 하지만 거실의 분위기는 너무나 무겁기만 했다. 송씨 가문까지 이 일에 엮인 이상 스케일이 너무 커진 탓이었다. 송씨 가문은 백 년이 넘는 역사의 명문가이니, 강씨 가문이 고용인 관리를 제대로 못 한 탓에 엄한 사람 송하윤이 피해자가 되었다. 비록 처음부터 끝까지 강씨 가문이 의도한 일도 아니었고 자초지종도 몰랐다고는 하나 그쪽 집안에겐 강씨 가문의 잘못처럼 느껴질 게 분명했다. 자칫하다간 두 가문의 우정에 큰 금이 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지혜네 뭐네. 그냥 다 헛소리 아니야? 그게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거야? 그럼 내 머리도 천재 머리랑 바꾸지 그래?” 솔직히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 강우진 본인도 자신이 정말 강가을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인지 그저 이유 없이 딴지를 걸고 싶은 것이니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래. 너라면 바꿔도 되겠다.” 아직도 악에 받쳐 땍땍거리는 강우진에게 드디어 눈길을 준 강가을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정교한 이목구비, 아직 볼살이 채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 전형적인 모범생 같은 이미지인 그녀가 진지하게 대답하니 왠지 진심 어린 조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말에 숨은 의미를 파악한 강우진이 꽥 소리를 쳤다. “지금 내가 바보라 이거야?” 얼굴이 시뻘게진 강우진이 강가을에게 달려들려던 그때, 2층에서 내려온 강기성이 강우진의 엉덩이를 짝 소리 나게 내리쳤다.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누나한테 버릇없이!” 갑작스러운 고통에 강우진은 바로 펄쩍 뛰어올랐다. “아빠!” 하지만 한 번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여전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왜 절 때리세요! 쟤가 먼저 욕했다고요!” “가을이가 왜 가만히 있는 널 욕했겠어?” “하!” 순간 강우진은 화병으로 죽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갈 지경이었다. “아니, 쟤가 날 바보라고 했다니까요!” 강기성과 김영애의 시선이 강가을에게로 향하고 안서우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물론 송하윤이 바보가 된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신이현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나?” 이에 강우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엄마 맞아?’ 하지만 강씨 가문의 대부분 사람들은 아직도 김수영이 정원에 무언가를 묻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샤머니즘을 믿는 건 아니었지만 집안에서 이런 물건이 나왔으니 찝찝할 만도 했다. 물론 강가을에 대해선 그저 우연히 이를 발견했을 뿐이라 생각했고 지혜를 바꾸었다는 말에 대해선 터무니없는 말이라 여겼다. “여자애들은 별자리니 타로니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다지만 더는 그에 대해 얘기하지 마라.” 엔터 회사 대표인 강기우는 연예계에 샤머니즘 심지어 사이비에 빠진 이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본인은 그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고 딱히 믿지도 않았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 다시 집으로 온 강가을이 이런 식으로 어른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아 언짢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강기우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시선을 느낀 강기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송 대표한테는 내가... 따로 얘기를 전할 테니 가을이 넌 이 일에서 손 떼.” 이제 겨우 집으로 들어온 지 첫날째, 딸이 이런 일로 모두의 입방아에 오르길 바라지 않았다. 다행히 강가을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관여하지 말라시면... 몰래 관여하면 되지. 이 돈은 내가 벌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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