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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유하연은 작고 여린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에 유하연은 깊은 절망을 느꼈다. 다른 한편. 유도경이 유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유도경이 집에 들어오자 소파에 앉아 있던 김희영이 바로 유도경을 쏘아보면서 물었다. “네가 유하연을 숨긴 거야?” 이미 대답을 확신한 질문이었다. 아마도 유동민이 김희영에게 알려준 모양이었다. “아니요.” 유동민이 유하연을 찾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유하연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던지 떠올린 유도경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사실과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유하연과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얘기했다. “전 그저 하연이가 밖에서 살 곳을 마련해준 거예요.” “그뿐이라고?” 김희영은 유도경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김희영은 화가 나서 입술을 잘근 씹으면서 충혈된 눈으로 얘기했다. “재미있네. 마치 첩 숨기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김희영은 화를 이기지 못해 소파를 꽉 쥐었다. 반들반들한 손톱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유도경은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얘기했다. “재미있긴 하네요.” 빈틈없는 유도경을 보면서 김희영은 내려오는 유동민을 쳐다보았다. 유동민이 차갑게 얘기했다. “네가 유하연을 위해서 내 뜻까지 거역하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래도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여태껏 키워왔으니까요.” 유도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부모님을 설득할 말을 뱉어냈다. “그러니 잘 대해주고 싶은 마음도 당연한 거죠.” “그래. 그래야지.” 유동민이 낮은 톤으로 얘기했다. “기억해. 유하연은 네 동생이었다는 걸.” “네가 하연이를 유씨 가문 사람으로 생각하니 어쩔 수 없지. 하연이는 혼인할 나이가 되었어.” 김희영은 이 기회를 빌려 본인의 뜻을 내비쳤다. “돌아와서 결혼하라고 해.” 유동민은 유도경을 보면서 명령조로 얘기했다. “네 신분을 기억해.” 두 사람의 압박에도 유도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유도경이 이 자리에 계속 서 있는 이유는 오직 유하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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