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고마워, 오빠.”
유도경의 말에 마음을 가라앉힌 유채린은 더 이상 울부짖지 않았다.
유하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그 안에는 미소라고 할 만한 감정이 없었고 남은 것은 오직 허탈함과 씁쓸함뿐이었다.
유채린에게 유도경은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오빠였다.
한때 그녀도 그렇게 믿었었다.
하지만 3년 전 유도경이 그녀 앞에서 완전히 가면을 벗어던진 그날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다.
유채린이 방으로 돌아가려 하자 김희영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따라갔다.
유하연은 그런 김희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김희영은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고 그녀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건네지 않았다.
눈을 두 번 깜빡인 후 유하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시선을 거뒀다.
그때야 그녀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무겁게 내려앉는 시선을 눈치챘다.
그 순간 그녀는 쓰디쓴 감정을 잊어버릴 정도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저 아니에요.”
아까 하지 않았던 변명이 그제야 다급하게 튀어나왔다.
“심윤재가 결혼을 미룬 건 저랑 아무 상관이 없어요.”
유채린이 그녀를 의심한다면 유도경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어쨌든 그녀가 심윤재를 만난 직후 결혼이 연기되었으니 말이다.
“그건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유도경이 싸늘한 웃음을 내뱉더니 엄지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뺨을 꾹 눌렀다.
바로 조금 전 유채린이 칼로 베려 했던 그 자리였다.
그의 손가락이 닿는 감촉은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웠다.
유도경은 힘을 더 주었다.
“윽.”
유하연은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지만 감히 피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녀는 치마 끝자락을 꽉 쥔 채 나지막이 말했다.
“정말 아니에요.”
유도경은 그녀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유하연에게 그 몇 초는 몇 년처럼 느껴졌다.
등에 기댄 의자가 가시로 변한 듯 불편함이 극에 달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탓에 더욱 숨이 막혔다.
“침대로 가.”
오랜 침묵 끝에 들려온 유도경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그 의미를 너무나 잘 아는 그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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