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그러니까 내가 보낸 돈 받아요. 안 그러면 다음 달 애들 학원비 어떡하려고요.”
김정호는 기죽은 목소리로 답했다.
“알았어요. 호텔 도착하면 수락할게요.”
허유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동창회는 광주 호텔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는데 듣기로 비용은 전부 심가은이 부담한다고 했다.
원래는 심가은 환영회를 열기로 했었는데 오히려 본인이 많은 돈을 부담했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물론 허유정은 그녀가 부를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라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허유정 부부는 광주 호텔에 도착하자 기분이 묘했다. 이곳은 그들이 처음 만난 곳이기도 했다.
“유정아.”
차에서 내리는데 임효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효정아.”
허유정은 웃으며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다.
임효진도 오늘 신경 써서 꾸미고 나온 것 같았다.
평소에 출근할 때면 오피스룩만 입고 다녔는데 오늘 저녁은 여성스러운 쉬폰 원피스를 입으니 이미지가 많이 달라보였다.
“내가 너랑 어릴 때부터 친하지 않았으면 못 알아볼 뻔했어. 유정아, 넌 좀 꾸미고 다녀야 해. 조금만 꾸며도 이렇게 예쁜데.”
임효진이 웃으며 허유정을 띄워주었다.
허유정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거로 치면 나보다 네가 더 예쁘지. 그리고 나 치마 싫어해. 정호 씨가 굳이 입으라고 해서 입은 거야. 어때? 어색하지 않아?”
사실 원피스 가격이 신경 쓰여서 몸에 돈을 치렁치렁 달고 있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너무 예뻐. 정호 씨 안목 좋네. 너한테 잘 어울려.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라는 게 괜히 생긴 말이 아니야.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 정호 씨 눈빛 좀 봐. 꿀 떨어지겠어.”
김정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한테는 유정 씨가 뭘 해도 예뻐요.”
임효진은 친구에게 묘한 시선을 보냈다. 벌써 며칠이나 됐다고 저런 닭살스러운 멘트를 주고받다니. 둘은 마치 몇 년을 만난 연인처럼 대화가 자연스러웠다.
허유정은 김정호의 칭찬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가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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