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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한미숙은 막내딸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착각으로 만난 낯선 남자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일 리가 없었다. 외모나 인품, 성격까지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윗감이었다. “난 얼굴 보고 남자 안 만나. 사람 성격이나 인품을 봐야지.” 허유정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만약 맞선 자리를 나간 날 안경을 착용했더라면 아마 김정호의 빼어난 외모에 먼저 홀려서 정신을 못차렸을 것이다. 김정호는 그녀가 만났던 중에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다. 임효진의 말을 빌리자면 김정호 같은 남자가 공사장에서 일하는 건 완전 자원 낭비였다. 지금 당장 데뷔해도 바로 폭발적일 인기를 끌 수 있는 미모였다. “정호 씨는 참 자상해. 오늘 내가 동창회 가는 줄 알고 사촌 여동생한테서 원피스를 빌리고 액세서리까지 자기 돈으로 사서 준비해 줬어. 동창회 나가서 애들한테 무시당하지 말라고.” 사실 암흑 같던 학창 시절을 보낸 이후로 그녀는 사람들의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자상함이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김정호는 참으로 책을 닮은 사람이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녀를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해주는 것 같았다. 허유정은 앞으로 이 남자한테 잘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꺼내 김정호에게 50만원을 입금하고 용돈이라고 메모까지 적었다. 두 아이의 교육비를 감당하는 거로도 힘들 텐데 모은 돈으로 액세서리까지 준비해 준 그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아무리 싼 보석이라고 해도 적어도 몇십만 원 이상은 들었을 것이다. ‘내 남자인데 내가 아껴줘야지!’ 허유정은 더 노력해서 빚을 다 탕감한 뒤에 남편에게 용돈을 넉넉히 줘야겠다며 속으로 생각했다. 김정호는 아내가 보내온 용돈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가 그에게 용돈을 입금하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허유정은 그가 수락을 하지 않자 다가가서 그에게 말했다. “정호 씨, 용돈 보낸 거 빨리 수락 눌러요. 이틀 사이에 매출이 급증해서 지금은 여유돈이 좀 있거든요. 남자가 밖에서 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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