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엄마의 잔소리가 없자 허유정은 드디어 마음 편히 자기 일을 할 수 있었다.
김정호는 오후 3시 반이 되자 일을 다 안배하고는 유치원에 가서 두 아이를 픽업하고 또 마트에 가서 선물도 많이 사고는 한 경호원한테 세 사람을 망우촌으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
차에서 김정호는 두 아이한테 당부했다.
"서윤아, 서월아, 아빠가 오늘 너희들한테 엄마를 찾아줬어, 지금 엄마 집에 밥 먹으러 가는 거야, 조금 이따 엄마 만나면 열정적이어야 해."
"엄마가 너희 둘 사진 봤는데 아주 좋아해."
김정호는 서른한 살이었지만 아직 미혼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없는 것도 있었고, 그를 좋아하는 여자들은 많았지만 그는 그 여자들한테 희망을 주지 않았기에 항상 주위가 조용했었다.
그리고 그가 죽은 친구의 아들딸을 키우고 있었고, 친자식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친엄마와 어려서부터 같이 컸고 소꿉친구였었다.
물론 상대를 전혀 사랑한 적은 없었고 그녀를 동생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가 두 아이의 친엄마를 사랑해서 진천우가 죽은 후에 세 개월밖에 안 된 아이들을 입양했다고 생각했다. 진씨 가문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가 입양해야 하냐면서 말이다.
김정호는 일을 할 때 항상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하기 귀찮아서 마음대로 추측하게 두는 편이었다. 그가 진서윤과 진서월을 입양한 뒤부터 집안 어르신들도 결혼을 재촉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편했다.
진서윤과 진서월이 겨우 4살이었지만 그들은 자기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아빠의 말을 듣자 남매는 아주 흥분했고 진서월이 높은 소리로 물었다.
"아빠, 우리 엄마가 돌아온 거야?"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들은 모두 아빠 엄마가 있었는데 그들은 아빠만 있고 엄마가 없었다. 아빠는 엄마가 먼 곳에 일하러 가서 아주 오래 걸려야 돌아온다고 했다.
하여 지금 엄마 얘기를 꺼내자 남매는 엄마가 돌아온 줄로 안 것이다.
김정호는 딸을 끌어안았다. 두 아이는 모두 진천우를 닮았다.
'천우가 하늘에서 두 아이가 자기를 닮은 걸 보면 안심하겠네.'
"서월아, 이 엄마는 아빠 와이프야, 너희들 친엄마가 아니야, 하지만 너희들이 엄마라고 불러도 돼, 만약 엄마라고 부르기 싫으면 유정 아줌마라고 해도 돼, 허씨이고 이름은 유정이야."
애들이 겨우 4살이었지만 김정호는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냈고 절대 부모의 행세하면서 아이한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않고, 그들한테 선택 기회를 주었다. 아이들이 무슨 선택을 하든 그는 두 아이의 선택을 존중했다.
4살 되는 아이가 아직 와이프가 뭔지는 몰라도 다른 친구들의 엄마가 아빠의 와이프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빠, 엄마 만나서 결정해도 돼?"
진서윤이 오빠였기에 동생보다 조금은 진중했다.
아마 세 개월부터 김정호 옆에 있은 탓인지, 진서윤은 김정호의 성격을 닮아, 어린 나이에 벌써 형님의 태가 났다. 김정호는 어떤 때는 진서윤이 너무 빨리 성숙된 것 같았다.
김정호는 아주 애정에 담긴 눈빛을 하고 아들의 머리를 만지고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되지, 하지만 아빠가 장담하는데 너희들이 분명 엄마를 좋아할 거야. 아주... 재미있는 여자거든."
"아빠, 그럼 나도 엄마 만나서 결정할래."
진서월은 오빠 껌딱지였기에 오빠가 말하는 대로 말했다.
김정호는 아들딸을 꽉 끌어안았다.
"아빠 믿어, 아빠가 절대 나쁜 여자를 너희 엄마로 들이지 않아."
결혼이 장난이 아니었고, 김정호도 허유정한테 대한 인상이 좋았기에 그녀가 초고속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동의한 거였다.
충동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정말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지금 얼마나 사랑한다고 하면 당연히 거짓말이었고 기껏해야 한눈에 반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두 아이를 위해 생각도 했었다. 만약 허유정이 애가 둘일 딸려있는 게 신경 쓰인다고 하면 인상이 좋았다고 해도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아빠가 말해줄 게 있어."
두 아이는 머리를 들어 김정호를 쳐다보았다.
"앞으로 엄마 앞에서 우리 진짜 신분을 밝히지 마, 말하더라도 아빠가 직접 말할 거야."
두 아이가 이해되지 않아 하자 김정호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앞에서 가난한 척해, 엄마한테 아빠가 김씨 가문 큰 도련님이라는 걸 알게 하지 마, 엄마는 아빠가 공사장에서 현장 뛰는 줄 알아."
두 아이는 아는 듯 아닌 듯했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부탁한 일은 꼭 훌륭하게 해서 절대 아빠한테 폐 끼지치 않을 거야.'
'하지만 아빠가 왜 사람을 속이라고 하는 거지? 그것도 엄마를?'
'아빠가 사람은 성실해야 한다고 했잖아!'
'아이고, 어른들 세상을 정말 알 수가 없어.'
경호원은 큰 사모님이 보낸 위치대로 한 시간 운전해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허유정이 보낸 위치는 과수원이었기에 경호원은 차를 과수원 어구에 주차하고는 머리를 돌려 뒤에 있는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도련님, 도착했어요."
"규진아, 큰 사모님이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나한테 도련님이라고 하지 마."
"네."
'이렇게 외진 곳에 큰 사모님이 살고 있다니.'
김정호는 두 아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리며 연규진한테 지시했다.
"내일 아침 6시에 서윤이랑 서월이 데리러 와."
그가 "3일 동안 휴가 신청"을 했지만 두 아이는 휴가 신청하지 않았기에 유치원에 가야 했다.
3일 뒤면 주말이기에 그는 5일을 쉴 수 있었다.
"네."
김정호는 자기가 산 선물을 내려놓고는 연구진한테 가도 된다고 신호를 보냈다.
연규진이 가고 나서야 김정호는 휴대폰을 꺼내 허유정한테 전화를 걸었다.
두 아이는 호기심에 가득해서 눈앞에 있는 걸 보았다. 여기가 산장에 있는 과수원 같았고 어구에서 바로 나무에 가득 달린 리치가 보였다.
허유정은 바로 김정호한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허유정 씨, 제가 집 문 앞에 왔는데 제가 들어갈까요 아니면 데리러 나오겠어요?"
"우리 집 앞에 왔다고요? 우리 집이 어딘 줄 알아요?"
허유정은 의아했다.
'우리 집이 어딘지 어떻게 알았지?'
김정호는 멈칫하고 말했다.
"위치 보냈잖아요."
허유정은 민망해하며 웃으며 말했다.
"제가 과수원 위치를 보낸 걸 까먹었어요. 잠깐 기다리세요, 제가 바로 마중 나갈게요, 그리고 제가 일 다 하고 나서 집에 같이 갈게요."
김정호는 나지막하게 알겠다고 했다.
통화를 끝내고 허유정은 황홀함을 느꼈다. 그녀는 초고속으로 결혼한 남자가 말을 아주 다정하게 했고 목소리가 좋은 것 같았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 제가 나갔다 올게요."
허유정은 과일 구매자들한테 사과하고는 나가서 남편을 맞이했다.
그녀는 과수원 어구에 있는 세 사람을 보고는 멈칫하고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웃으면서 다가가 김정호한테 물었다.
"김정호 씨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