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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담담하게 ‘응’이라고 대답한 낮고 매력적인 인어의 목소리에는 차가움이 느껴졌다. 냉담한 인어에 강이서는 심지어 그를 화나게 한 적은 없었던지 스스로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숨을 쉬어야 하는 강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어의 팔을 잡고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 입과 코가 물에 잠기지 않게 했다. “왜 여기에 숨어 있었어?”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수조를 본 강이서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여기 안에 위험한 것이 있지는 않아?” 인어는 고개를 들어 강이서를 흘깃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무서워?” “응.” 강이서는 솔직하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속에 사나운 괴물이 갑자기 나와 목을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은 인어는 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인어가 몸을 돌리는 시야가 점점 선명해졌다. 인어는 지난번에 봤을 때와 많이 달랐다. 길고 가느다란 목에 감겨 있는 관 모양의 물체는 언뜻 보면 목걸이를 한 것 같았다. 흠집 하나 없던 피부에 여러 개의 바늘과 투명한 수액 튜브가 연결되어 있었고 그 안에 금빛이 도는 붉은 액체가 흘러 매우 기괴해 보였다. 이것은 마치 포르말린에 담긴 아름다운 표본 같았다. 강이서가 수액 튜브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이렇게 된 거야?” 아무런 대답 없이 강이서의 손을 놓은 인어는 아름다운 백금색 눈동자로 항의하는 듯했다. 인어를 다치게 한 적이 없었던 강이서는 그의 눈에 담긴 분노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강이서가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어 인어가 자신을 다치게 한 연구원들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한 것일까? 조용한 모습으로 악의가 없음을 보여준 강이서는 인어의 감정이 조금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 다음 손을 들어 인어의 이마에 있는 젖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걷어 올렸다. 인어의 피부가 드러나자 교차된 바늘과 수액 튜브뿐만 아니라 하얗고 아름다운 등에 마치 누군가가 마구잡이로 훼손한 것 같은 흉악한 상처가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비극은 아름다운 것을 찢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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