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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군소 인간은 붉은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강이서는 군소 인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단호하게 손을 뺐고 수조 뚜껑을 닫았다. 욕망에 눈이 먼 연구원들이 울고 있는 군소 인간을 보게 된다면 욕구가 솟구칠 것이다. 하지만 강이서는 그러지 않았다. 강이서는 손을 닦았고 17번의 간절한 시선 속에서 눈도 깜빡하지 않고 지나쳤다. 불쌍한 문어 인간은 강이서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왜 나를 보지 않는 거야? 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야?’ 문어 인간은 강이서가 군소 인간과 교감한 후에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촉수를 만져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강이서가 문어 인간을 무시하고 군소 인간과 먼저 교감했지만 다 참을 수 있었다. 문어 인간은 강이서가 이 구역을 떠나기 전에 자신을 한 번이라도 봐주기를 원했다. 예상과 달리 그대로 스쳐 지나가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나한테 화가 난 건가?’ 유리에 붙어 있던 촉수는 힘없이 늘어졌고 주인에게 버려진 강아지처럼 고개를 숙였다. 아름다운 군소 인간의 밝은 표정을 보면서 점점 더 분노했다. 이때 문어 인간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강이서가 다시 돌아왔고 문어 인간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문어 인간은 아주 당황했고 어떻게 강이서를 기쁘게 해줄지 몰랐다. 강이서가 연약하고 아름다운 생물들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기에 늘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문어 인간은 조심스럽게 유리에 달라붙었고 강이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강이서는 평소처럼 손을 흔들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문어 인간의 눈빛에도 동요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강이서가 부드럽게 물었다. “나를 계속 만나고 싶어?” 문어 인간은 멍해졌다. “나랑 같이 가고 싶어?” 강이서가 다시 물었다. 그 목소리는 주문처럼 문어 인간을 현혹했고 미치게 했다. 문어 인간의 두 눈에 수려한 외모와는 전혀 다른 광기가 서려 있었다. 촉수를 이용해서 수조에서 나오고 싶어 했고 당장이라도 강이서를 끌어안고 싶었다. 강이서의 손길을 느끼고 강이서의 어깨에 기대서 편히 쉬고 싶었다. 강이서가 입에 넣어주던 사탕의 달콤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강이서는 욕구로 가득 찬 문어 인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4급 분열 실험에서 살아남으면 다시 나랑 만날 수 있어.” 강이서를 만나는 건 문어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 욕망은 이 생물의 무한한 잠재력을 자극할 것이다. 문어 인간의 두 눈에 집념으로 가득 찼고 뜨거운 사랑이 넘쳐흘렀다. ‘이서를 만나러 가야 해. 살아남으면 다시 이서랑 만날 수 있어. 나는 반드시 살아남아서 이서를 만나야 해.’ 강이서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문어 인간을 뒤로하고 S 구역으로 걸어갔다. 17번의 집념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고 확신이 생겼고 조여오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문어 인간은 모든 고통을 견디고 이 끔찍한 실험을 버텨낼 것이다.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강이서의 손바닥이 흥건했다. 강이서는 실험 기지에서 최고의 사육사였고 생물들을 길들일 수 있는 사육사였다. 등급이 가장 높은 4급 분열 실험은 방어와 안전 수치가 가장 높은 S 구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문어 인간은 겹겹이 쌓인 금속 수조 안에 봉쇄되었다. 한 겹 또 한 겹의 쇠사슬이 몸에 채워졌다. 레이저 무기를 든 안전 요원과 함께 신비롭고 위험한 S 구역으로 들어갔다. 테스트 구역에 들어가자 모든 요원이 신속하게 자리를 피했다. 밀폐된 수조가 천천히 열렸고 스크린 뒤에서 대기 중인 생물 연구원들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문어 인간은 촉수로 수조 안을 천천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촉수가 모습을 드러냈고 기묘한 짙은 파란색 촉수 속에서 인간의 살결과 비슷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거친 돌 사이에서 윤기가 흐르는 아름다운 옥처럼 빛났다. 아름다운 청년의 외형을 가진 반인반수 생물이었다. 문어 인간의 머리카락은 검은색을 띤 짙은 녹색이었다. 언뜻 보면 은은한 녹색 빛을 내는 해초 같았다. 옆으로 늘어진 머리카락이 창백한 얼굴을 가렸다. 문어 인간은 고대 그리스 예술가가 조각한 것처럼 아름다웠다. 동작이 느렸지만 기묘하고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촉수에서 우아한 기운이 느껴졌다. 오랜 역사를 가진 귀족 가문에서 자란 도련님 같았다. 선명하고 탄탄한 근육이 상체를 덮고 있었고 뼈 위에 깊고 아름다운 형태로 자리 잡았다.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수조에서 완전히 나온 후, 문어 인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찾았다. 이때 누군가가 물었다. “뭘 찾고 있는 거죠?” “모르겠어요. 아마도 관찰 중인가 봐요.”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 “관찰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아요.” ‘분명 위험 지수가 가장 높은 생물 중 하나인데 왜 지금은 전혀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심지어 이상할 만큼 순종적이야.’ 실험이 시작되자 문어 인간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생물 연구원들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고 문어 인간에게 잔혹한 모습이 있을 줄 몰랐다. 문어 인간의 공격은 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첫 번째로 풀어놓은 냉혈 생물은 거의 순식간에 살해당했다. 문어 인간의 얼굴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정말 완벽해요.” 누군가가 감탄했다. “좋아요. 분열을 시작해요.” 한 연구원이 버튼을 눌렀다. 무시무시한 물리 공격 과정을 지켜보던 연구원이 안경을 올리면서 말했다. “문어 인간은 아직도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문어 인간은 잔혹한 공격을 버티면서 계속 찾고 있었다. ‘도대체 뭘 찾고 있는 걸까?’ 이때 강이서도 테스트 구역에 도착했지만 테스트 구역의 문밖에 서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무장 요원들과 협상 중이었다. 강이서가 곁에 있으면 17번이 분열 실험을 버티기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무장 요원들은 무표정했다. 가까운 곳에서 생사가 오가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봤기에 동정심이 없었다. 규칙을 어기고 강이서를 들여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때 복도 끝에서 사람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더 높은 등급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앞장선 남자는 눈가에 주름이 가득했지만 정신이 맑아 보였고 얇은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스크린을 보면서 조수로 보이는 사람과 말하고 있었다. 오른쪽 소매는 비어 있었고 한쪽 팔이 잘렸다. 그 사람은 S 구역의 고급 교수 중 한 명이었다. 강이서는 그 사람의 성이 허 씨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그 교수가 피가 솟구치는 팔을 감싸고 S 구역에서 나오는 것을 직접 보았다. 강이서는 그 교수가 17번의 진급 실험을 직접 보러올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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