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하윤정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회사 로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진기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기 너희 집이 아니잖아. 나에게서 신경 좀 꺼줄래? 제발 부탁이야.”
이진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윤정은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와 상관없지. 너의 주머니 사정이 걱정이 돼서 그래. 수수료를 지불할 돈은 있어? 돈도 없으면서 주식을 어떻게 하는 거야? 부끄러워!”
그때, 왕종민이 하윤정의 곁에 다가왔다.
감성옥집에서 이진기의 카드를 본 그는 집으로 돌아가 한참 고민을 했다. 20살이 갓 넘어 보이는 사람에게 어떻게 18억이 넘는 자산이 있을 수가 있지?
결론은 하나였다.
그 카드는 이진기의 카드가 아니다.
돈 많은 사람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왕종민은 그제야 그날 이진기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고 마음이 편해졌다.
“윤정아 그만해. 같은 신분이 아닌 사람들과 말 섞지마. 우리 차례가 됐어. 지금 가서 계정을 빨리 개통하자. 궁상맞은 놈은 평생 VIP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거야.”
왕종민이 층계를 올라가며 하윤정에게 말했다.
하윤정의 오만한 얼굴에 비아냥 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VIP 룸도 막 들어가고. 궁상맞은 놈은 침 흘리며 보겠지.”
하윤정은 이진기를 흘겨보며 왕종민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사라진 후, 김나희가 중년의 남자들과 함께 다가왔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한눈에 받은 김나희가 나타나자 로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그녀에게 향했다.
“이 선생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오해한이라고 합니다.”
중년의 남자는 이진기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황급히 내려와 인사를 건넸다. 이진기와 같은 거물 고객은 진짜 드물었다. 계약을 한 개만 성사시켜도 자신의 일 년 업적을 걱정하지 않게 된다.
“괜찮아요.”
이진기가 말했다.
......
VVIP 룸.
오해한이 공손한 얼굴로 이진기를 보며 말했다.
“이 선생님, 국제 원유시장을 계약하시겠어요? 장 은행장께서 전화로 알져주셨어요. 수수료는 저희가 제일 낮은 가격으로 받겠습니다.”
“계정을 개통하는 비용과 대리 비용은 전부 면제이고 이 선생님과의 계약서 초안을 위해 그러는데 혹시, 얼마의 본금을 넣으시고 얼마의 레버리지를 원하시나요?”
“22억의 본금에 50배의 레버지리. 22억을 1000억으로 만들어 주세요. 본금이 적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뿐이에요!”
이진기가 입을 열자 VVIP 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 이 선생님, 리스크가 너무 커요!”
오해한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국제 증권에 출근하는 영업 부장 오해한은 천문학 적인 숫자를 많이 보았다.
1000억도 보았지만 이 사람은 지금 22억을 1000억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오해한은 꿈에서조차 이런 꿈을 꾸지 못했다.
“돈은 위험한 상황에서 많이 벌죠. 오 부장님.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진기가 오해한을 보며 웃었다.
“이 선생님, 저희 증권 회사에서 받아들이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22억 전액을 저희 증권회사 계좌에 있는 카드에 넣어주세요. 선물 계좌를 정리하기 전에 돈을 빼내면 안 됩니다.”
이진기가 고개를 끄덕거린 후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오해한은 긴 한숨을 내쉬며 이진기의 손을 잡았다. 금융권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이름을 날린 오해한도 지금 이 순간 이진기의 속셈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계약은 빨리 처리되었다.
김나희는 드디어 기회를 잡아 이진기에게 말을 걸었다.
“이... 진기야, 이렇게 하면 리스크가 너무 큰 거 아니야?”
김나희는 이진기의 기백에 감탄했다.
“자신 있어.”
이진기가 웃으며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자리를 짚으며 말했다.
“너도 앉아. 내 개인비서지만 난 너의 사장님이 아니야. 친구지.”
김나희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본 VVIP 룸 사람들이 그녀에게 홀딱 반했다.
“난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아.”
이진기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난 내가 자신 있는 일만 해. 다른 사람의 생각도 필요하지 않고, 내가 잘 모르는 일에 난 손을 대지 않아.”
이진기는 김나희를 도와주고 싶었다.
이진기의 기억 속에 김나희는 숨겨진 재벌 2세였다. 아버지 김석권이 재벌이라는 사실을 아는 친구들이 몇몇 되지 않았다.
이진기도 김나희 집이 망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이 시절의 김석권은 명의만 재벌이고 이미 망한 다음이었다.
6개월 후, 뉴스에서 김 씨 가문의 모든 자금이 막혀 김석권이 투신자살했다는 뉴스를 보게 될 것이다!
김석권의 집이 망한 이유가 바로, 금융권은 아무것도 모르는 김석권이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무리하게 투자를 한 것이다. 2000억의 재산을 순식간에 잃었다.
김석권이 죽은 다음, 모든 빚은 김나희가 떠안게 되었다.
그는 이번 생에 자신을 괴롭히지 않은 유일한 친구, 자신이 몰래 짝사랑한 그녀 김나희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녀의 기구한 인생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며.
이진기가 하는 말의 뜻을 알아차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김나희의 도움을 받아 돈을 입금했다. 이진기가 국제 증권시장 계좌에 22억을 입금했다.
이진기의 개인 계좌는 3억 원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이 돈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원유시장의 소식을 몇 날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마침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그 기회를 잘 잡으면 큰돈을 벌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년이 바로 밀레니엄 원년. 국내 주식시장은 지금부터 08년 까지 끊임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동안 운 만 나쁘지 않으면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것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에 유명한 요괴주 주식 몇 개가 투자자의 눈을 멀게 했고, 어떤 사람은 그 기회에 부자가 되었고, 어떤 사람은 요괴주 주식이 하늘을 찌르는 것을 바라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진기는 이번 생에 그 기회를 놓지고 싶지 않았다.
“너 모아놓은 돈 좀 있어?”
국내 증권 계좌를 개통한 이진기가 김나희를 보며 물었다.
김나희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몇 년 동안 모아 놓은 돈이 5000만 원이 조금 넘어.”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이 5000만 원을 모은다는 것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정환경을 생각하면 얼마 되지 않은 돈이 확실했다.
“내가 돈 좀 벌게 해줄게.”
이진기가 웃으며 김나희를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