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4화
이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폴슨에게서 영상 통화를 받았다. 이윽고 이진기가 다소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전 폴슨 씨가 3년 후에나 저에게 다시 연락할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빨리 연락을 주신 겁니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폴슨은 약간 난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때문이 아니라, 우리 벨라 아가씨가 이진기 씨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이진기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벨라 아가씨가요? 벨라 아가씨가 저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거죠?”
폴슨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벨라 아가씨의 속마음을 알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진기는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알겠어요!”
몇 분 후, 빨간 하이힐에 옆트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영상 앞에 나타났다. 바로 벨라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발이 아닌 검은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진기는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벨라를 바라봤다. 솔직히 이 머리색은 벨라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매우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벨라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영상 속 이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진기 씨, 오랜만이네요. 사실 이진기 씨가 좀 그리웠어요.]
그러자 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
“벨라 아가씨가 저를 그리워한다면 전 언제든 환영이예요.”
벨라는 입술을 삐쭉이며 말했다.
[저도 가고 싶지만, 이진기 씨가 절 반기지 않을까 봐 그게 걱정이예요.]
그 말에 이진기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벨라 아가씨가 H국에 오신다면, 저는 아주 환영할 겁니다. 따뜻하게 대접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이진기는 속으로 벨라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벨라는 갑자기 흥미를 잃은 듯한 태도로 말했다.
[그래도 폴슨 삼촌이 저한테 기다리라고 했으니, 폴슨 삼촌의 말을 따르기로 했어요.]
그리고 나서 벨라는 목소리를 바꾸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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