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캐주얼룩을 입은 남자의 손목에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까르띠에 시계가 있었다.
그의 곁에 있는 여자는 그에게 팔찌를 사달라고 칭얼거렸다.
“학찬아, 빨리 사줘. 비싸지도 않아. 550만 원밖에 하지 않아. 게임 한판 가격밖에 하지 않아.”
오학찬은 자신의 곁에 있는 여자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김나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김나희?”
오학찬이 김나희의 이름을 불렀다.
오학찬은 고등학교를 필업하고 자신의 첫사랑 김나희를 보게 될 줄 몰랐다. 그와 김나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학교를 다닐 때, 오학찬은 김나희를 미친 듯이 쫓아다녔다. 그러나 김나희는 오학찬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김나희는 우월한 성적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오학찬의 집에서는 그를 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몇 년 사이, 김나희는 진짜 예쁜 미녀가 되었다. 청순한 모습에 성숙된 여성미도 포함됐다.
오학찬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당장 그녀를 갖고 싶었다.
오학찬을 발견한 김나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오학찬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누구시죠?”
김나희는 이미 그를 잊었다.
“나 오학찬이야. 우리 고등학교 동창이잖아. 나 그때 매일 너에게 편지 써줬는데.”
오학찬이 김나희의 앞에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오학찬의 이름을 들은 이진기도 그가 생각했다.
오학찬, 재벌 2세. 집에 돈이 많아 유학을 간 뒤로 소식이 끊겼다.
이진기는 그에 대한 인상이 강렬했다. 오학찬이 자신을 자주 괴롭혔기 때문이다.
“오학찬?”
김나희는 그제야 기억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오학찬이 이진기를 괴롭혔다는 기억도 떠올랐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 몰랐어... 오늘은 내가 바빠서 다음에 봐!”
김나희가 이진기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진기야, 우리도 가자. 선물 진짜 필요 없어...”
김나희가 이진기를 부르는 말투와 표정이 너무 다정했다. 오학찬은 눈길을 이진기에게 집중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볼수록 익숙했다.
“이진기!?”
이진기가 기억난 오학찬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진짜 고등학교 찌질이 이진기? 너희가 왜 이렇게 가까워졌어?”
오학찬은 김나희를 심문하듯 물었다.
김나희의 곁에 있는 이진기가 김나희에게 오물이라도 묻친것 같은 말투였다.
그때, 오학찬과 함께 매장에 들어온 민소현이 다가왔다.
“학찬아, 누구야?”
민소현이 물었다.
“고등학교 친구!”
오학찬은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 제일 가난한 친구였어. 매일 교복을 입고, 밥도 하루에 2끼만 먹었어. 그것도 매일 라면에 김치. 우리 학교 진따 였지. 내 셔틀을 하면서 내가 돈 몇 푼 쥐여줬지.”
이지훈을 쳐다보는 오학찬의 두 눈에는 기시감으로 가득했다. 그는 김나희의 곁에 있는 이진기를 깎아내리며 말했다.
“이진기, 내말 맞지?”
“맞아!”
이진기는 오학찬의 태도를 예상이라도 한 것 같았다.
“우리 집 진짜 가난했어. 그래서 나 학교 다니면서 용돈도 받지 못했어. 밥을 먹는 것도 겨우 먹었는데. 난 우리 엄마 아빠한테 항상 고마워.”
이진기에게 가난은 잘못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가난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돈을 더 열심히 벌었다. 진짜 재벌 들도 밑바닥에서 부터 열심히 단련한 사람들이다.
이진기의 솔직한 태도에 김난희는 그를 더욱 존경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그 모습이 오학찬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오학찬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열등감으로 찌들었던 사람이 말은 잘하네. 그리고 다이아 목걸이? 그 목걸이 엄청 비싼데 너 살 돈은 있니?”
오학찬은 자신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시계 봤지? 여기서 샀어. 3700만 원. 너 한평생 그렇게 많은 돈을 만져 봤어? 그 목걸이를 나도 함부로 사지 못하는데 네가 사겠다고?”
“나희야, 잘 봐. 찌질한 애들과 함께 있으면 아무 미래가 없어. 너를 힘들게 할 뿐이야. 너의 외모와 능력으로 어떤 남자던 다 만날 수 있어.”
오학찬이 김나희를 대하는 태도에 민소현은 김나희에게 적의를 표출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걸친 물건을 자랑하며 말했다.
“맞아, 여자는 남자친구를 찾는 눈이 높아야 돼. 나처럼, 우리 학찬이 같은 남자를 만나야 돼.”
“며칠 전에는 185만 원이 넘는 명품 가방. 오늘은 까르띠에 팔찌. 이렇게 찌질한 남자는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편의점 삼각김밥도 아까워서 어떡해?”
김나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민소현은 가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자가 남자에게 빌붙어 남자의 돈만 쓰는 행동 자체가 매우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가여운 눈빛을 느낀 민소현은 그녀의 기에 눌려 화가 났다.
“여긴 너희들 같은 거지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고. 나가!”
민소현이 소리를 질렀다.
이진기가 말했다.
“여기가 네 매장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가라고 하는데?”
이진기는 안절부절못하는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다이아 목걸이 있어요?”
오착한이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허세는 진짜. 역겨워서.”
종업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있어요... 우리나라에 하나 남은 목걸이에요.”
종업원은 다이아 목걸이를 가지러 갔다.
까르띠에 다이아 목걸이는 유명한 스타일이었다.
36개의 빛나는 다이아가 목걸이를 감쌌고 중앙에는 어느 여자도 거부하지 못하는 핑크 다이아가 박혔다!
다이아의 가격만 7000만 원이 넘었다.
목걸이를 본 김나희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민소현은 목걸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이아 목걸이와 비교하면 자신이 오학찬에게 졸라 사달라고 한 팔찌는 시장에서 파는 팔찌보다 못했다.
그 팔찌도 오학찬은 그녀에게 사주지 않았다.
“찌질한 찐따가 살 수 있을까?”
민소현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오학찬도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보는 건 돈을 내지 않잖아. 찌질한 새끼가 구경이나 하러 왔겠지. 마침 우리를 만났는데 이제 어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