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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사실 이천후는 한아연에게 조금의 영지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가 인색해서가 아니라, 이미 영약의 범주에 속하는 700년 된 영지를 내공이 없는 한아연이 먹어봐야 낭비일 뿐인 것이다. 옷을 벗으라 하면 한아연이 알아서 포기할 줄 알았는데, 한아연은 지금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 이천후는 어이가 없었다. 설마 이 명문가 아가씨가 지금 내 앞에서 정말 옷을 벗겠다는 건 아니겠지? “어... 제일 속에 건 입고 있어도... 되나요?” 한참을 망설이던 한아연이 갑자기 물었다. “...” 이천후의 머릿속에 제일 속에 입는 것이 떠올랐다. 비록 몹시 보고 싶긴 했지만, 미색의 유혹은 혈영지만 못했다. 게다가 그녀가 영지를 먹은 다음 약효를 조절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너무 성가시다. 이천후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한아연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좋아요. 벗을 게요.” 이천후는 어이가 없었다. 이 여자... 왜 이래? 한아연은 이미 손으로 등에 있는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득실을 따지는데 누구보다 능한 장사꾼이다. 700년 된 이 영지는 조금만 먹어도 몸에 아주 좋을 것이다. 그가 벗은 몸을 좀 본다고 해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이천후에게 관심이 아주 많다. 좀 보여주지 뭐. 지이익! 이천후는 깜짝 놀랐다. 여자가 이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다. 이러면 내가 난처해지는데... “그만, 됐어. 조금 줄게. 내가 한 말이니, 지켜야지.” 그녀의 예술품같이 정교한 쇄골에 이천후는 이미 침착함을 잃었고, 호흡도 저절로 가빠졌다. 하지만, 바로 그때 한아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본 그녀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녀는 옆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다. 2분 후, 옷차림을 단정하게 정리한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한아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문제가 생겼어요. 먼저 나가서 처리할 테니, 당신도 여기 빨리 정리해요. 당신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이천후는 더 묻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을 받았으니, 당연히 그녀를 도와주어야 한다. 한아연이 나간 후, 이천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가다듬어, 잡념을 제거했다. 그는 혈영지를 한 조각 찢어 입에 넣고 씹은 다음 삼켰다. 잠시 후, 강력한 약효가 열류로 변했고, 진기의 인도를 받아 내상을 입은 곳으로 밀려갔다... 십여 분 후, 이천후는 약효를 전부 소모했다. 몸의 변화를 느껴보던 그는 좀 놀랐다. 이 혈영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효력이 훨씬 좋은데? 게다가, 그 안에 꽤 진한 영기를 담고 있다. “이 혈영지로 내상을 치료하고 나면, 그 영기로 단수련 1단계의 내공에 도달할 수 있겠는걸?” 이천후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 영감탱이 이번엔 제대로 날 도와주는구나. .......... 용진 그룹이 주최한 연회는 중간에 돌발 상황이 생기면서 갑자기 중단되었다. 손님들은 이미 전부 떠났고, 커다란 홀에는 두 패로 갈려 일촉즉발의 기세로 대치하고 있는 무리만 남아있었다. 그중 한 무리는 한아연과 그녀의 보디가드 십여 명이었다. 서른 명은 족히 될 듯한 다른 한쪽 무리는 심지어 손에 연장을 들고 있었다. 절대로 좋은 사람들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기세등등해 보이는 안하무인의 한 청년이었다. 그는 병적으로 창백한 피부에 자주색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는데, 나름 잘 생긴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의 이름은 황강식으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이지만, 황명이라는 대단한 아버지를 가졌다. 황명은 염라대왕으로 통하는 운해 암흑가의 제왕이다. 용진 그룹 같은 거대 기업도 감히 함부로 황명을 건드리지는 못한다. 한씨 가문이 운해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황명의 이익과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고, 황명은 전에 이를 경고했었다. 한아연은 회사 직원들 몸에서 나온 고충이 황명의 소행일 거라 의심하고 있었다. 황강식은 그저 제 아버지를 믿고 기고만장하고 있는 날라리일 뿐이다. 웃기는 것은 그가 한아연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황강식의 자주색 머리카락을 본 한아연은 토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야, 황강식! 무슨 일이야?” 한아연이 황강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황강식이 자주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사악하게 웃었다. “너 보러 온 거야.” “날 보러 와?” 한아연의 얼굴에 냉기가 흘렀다. “한씨 가문 정식 연회에 손에 무기든 사람들을 이렇게나 많이 데리고 와서, 날 보러 왔다고? 연회를 망치러 온건 아니고?” 황강식은 뜨거운 눈빛으로 한아연의 요염한 몸매를 거침없이 훑으며 웃었다. “네가 어떤 녀석하고 뜨거운 사이라는 소리를 들었거든. 이천후라던가?” 황강식이 말을 하는 동안 얼굴의 미소가 갑자기 사악하게 바뀌었다. “이천후라는 놈 나오라고 해. 내가 그 녀석을...” “갈기 갈기 찢어서...” “개밥으로 던져 줄 생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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