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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두 여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 임은설은 한아연을 유부남을 꼬드긴 불여우라 했고, 한아연은 임은설을 불륜을 저지른 염치없는 여자라 했다. 한 달의 기한을 정한 내기를 들으며 이천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차 안에서 옆자리의 한아연을 보며 이천후가 말했다. “당신 비즈니스계의 여왕 아니야? 어린애도 아니고 무슨 내기?” 한아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여자들 사이의 일이에요. 모르면 빠져요.” 이천후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지금 무일푼이야. 한 달 후에 왕하중을 어떻게 이겨? 진 다음에 원망하지나 마!” 한아연이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틀림없이 이겨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요.” 이천후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아연을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이 버린 나를 이 여자는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듯 말한다. “두 시간 후에 연회가 시작될 거예요. 우리도 들어가요.” 한아연이 손목에 찬 한정판 파텍필립을 보면서 말했다.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 시끄러운 곳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이천후가 말했다. 그는 임은설에게 실망이 컸다. 임은설은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딸을 위한 복수가 아니라면 다시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마음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딸아이의 일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마음이 있다 해도 싸늘하게 식은 마음이다. “가요, 할아버지가 오늘 밤에 당운각으로 혈영지를 보내준다 했어요.” 한아연이 자동차 문을 열었다. 살짝 깨문 입술이 유혹적으로 붉게 빛났다. “알았어.” 혈영지라는 말에 이천후의 마음이 동했다. “잠깐, 나 화장 좀 고치고요.” 막 내리려던 한아연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아연이 화장을 고치는 30분 동안 좌석에 기대어 기다리던 이천후는 금방이라도 잠이 들것 같았다. “당신 앞에 있는 글로브 박스 안에 오늘 밤 내가 바르고 싶은 립스틱이 들어있어요. 좀 꺼내 줄래요.” 한아연은 조수석에 앉은 이천후의 팔을 쿡 찌르며 말했다. 이천후는 몽롱한 정신으로 글로브 박스에 손을 뻗었지만, 잘 열리지 않았다. 이거 도대체 어떻게 여는 거야? 이 자동차를 설계한 인간은 일부러 이런 비싼 차를 타보지 못한 가난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었던 걸까? 어떻게 해도 박스가 열리지 않자 이천후는 열이 받았다. “비켜봐요, 내가 할게요.” 한아연이 이천후의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글로브 박스를 열었다. 여자의 그윽한 향이 확 풍겨왔다. 까맣게 반짝이는 실크 같은 머리카락이 그의 다리 위로 쏟아졌다. 그녀가 물건을 찾느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안 그녀의 풍만한 가슴도 따라서 이리저리... 이천후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찾았어?” “아직요, 어디 뒀지?” 한아연이 더 깊이 몸을 숙이며 박스 오른쪽을 뒤졌다. ............ 한참만에 냉정을 되찾은 이천후는 한아연을 따라 당운각으로 들어섰다. 한아연이 연회의 일을 처리하러 간 동안 이천후는 홀 안에 자리를 찾아 앉았다. 홀은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은 부자들이 서로 인사하며 안면을 트는 중이었다. 상류사회 교류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이천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드러운 의자에 몸을 기댄 후 눈을 감았다. 그는 어서 빨리 혈영지를 받아 내상을 치유하고 수련을 시작할 수 있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때, 임은설 일행이 홀에 도착했다. 노미연이 투덜댔다. “이천후 같은 놈 뭐 볼 게 있다고... 그 여자 눈이 삔 거 아니야?” “흥” 왕하중은 콧방귀를 끼며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내가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어째서 내 옆에는 그런 여자가 없지? 임은설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방금 그 절세 미녀가 이천후 편에 서는 바람에 이천후 앞에서 체면을 구긴 것이다. “열받는 이야기 그만하고, 실속 있는 이야기를 좀 해보자. 언니, 용진 그룹에 합작 명단 언제 나오는지 좀 물어봐.” 임은설이 말했다. 노미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마친 노미연이 말했다. “천 부장 말이 한 사장, 그 한씨 가문 큰 딸이라는 그 사람이 최종 결정한대. 한 사장이 지금 당운각에 있대. 회사들 자료 다 넘겨줬다니까, 틀림없이 오늘 결과가 나올 거래.” “천 부장 말로는 6개 후보 중에서 2군데를 선택할 거래. 우리 은설 제약이 후보 군 중에서 제일 우수하다고 했으니까, 이변이 없는 한 우리가 선택될 거야.” 노미연의 말을 들은 임은설의 얼굴에 비로소 찬란한 미소가 떠올랐다. 최고의 소식이다. 한씨 가문과의 합작은 은설 제약이 날아오를 절호의 기회다! “축하합니다. 한씨 가문과 손잡으면, 은설 제약이 전국구 기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겠네요. 세계적 기업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왕하중이 축하의 말을 건넸다. 노미연이 신이 나서 말했다. “하하, 이게 다 왕 사장님 덕분이죠...” ............................. 한아연은 사무실에서 연회의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서류 한 뭉치를 한아연 앞에 내밀었다. “한 사장님, 이건 우리 스타 제약의 합작 파트너 후보 명단입니다. 6군데 회사를 장래성까지 고려해서 순서대로 정리했는데, 보시고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아연이 서류를 받아들었다. 제일 위에 은설 제약의 자료가 놓여있었다. 흥미가 생긴 한아연은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은설 제약의 발전 과정이 자세히 정리되어 있었다. 비즈니스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한아연 눈에도 은설 제약의 발전 과정은 대단해 보였다. 작은 소도시에서 시작한 연 이윤 몇 천만 원짜리 작업실이 대도시 운해의 연 이윤 2000억이 넘는 기업이 되었다. 은설 제약은 그걸 겨우 3년 만에 해냈다. 그 3년의 발전 과정은 매우 훌륭했다.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매번 위기를 극복하여 살아남았고, 작은 투자로 큰 이윤을 내면서 휘황찬란한 성공에 도달했다. 영화로 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라마틱 했다. 은설 제약은 10년 정도 되었지만, 제대로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3년이다. 비즈니스의 귀재라 불리는 한아연도 은설 제약 같은 회사를 3년 만에 이런 규모로 키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의 손이 도왔다고 할 수밖에 없는 형국인데...” 한아연은 자료를 더 자세히 뜯어보며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들을 살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를 찾아냈다. 3년 전 8월 8일! 은설 제약은 3년 전 8월 8일 이전까지 더없이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회사였다. 하지만, 3년 전 8월 8일을 기점으로 갑자기 맹렬한 성장을 나타냈다. 한아연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이천후와 임은설이 언제 결혼했는지 좀 알아봐.” 한씨 가문의 정보력이라면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전화기 저쪽에서 굵은 목소리가 말했다. “아가씨, 이천후와 임은설은 3년 전 8월 8일에 결혼했습니다.” 8월 8일! 한아연은 눈을 번쩍 떴다. 역시, 그랬구나! 그녀의 분석과 완전히 일치했다. 은설 제약의 휘황찬란한 성공을 도운 신의 손은 이천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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