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이보현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자제할 테니 말해봐.”
"재호 씨와 이달 16일 정오에 남호리조트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요. 보현 씨를 특별히 초대하려고요.” 류이서가 대답했다.
이보현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왜 나를 초대하려는 거야?.”
"당연히 재호 씨와 내가 얼마나 잘 어울리 보여주기 위해서죠. 성남시의 각계 유명 인사들을 초대할 건데 설마 감히 오지 못하는 거 아니죠?" 류이서의 오만하게 말했다.
이보현은 덤덤하게 물었다. "나를 모욕하려고?”
"모욕이라니요, 그저 보현 씨는 나 같은 여신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이에요. 보현 씨가 오지 못한다면, 당신이 정말로 쓸모없는 쓰레기라는 것을 증명하는거죠.”
이보현은 류이서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자신의 그 돈이 류씨 가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류이서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을 모욕하고 비하함으로써 그녀의 신분을 높이려고 했고, 그것으로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우습군.” 이보현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덤덤하게 말했다. "시간 맞춰 참석할게." 말을 뱉은 후 그는 전화를 끊었다.
그때 별장 문이 열리더니 김소월이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들어왔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김소월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보현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장까지 봐 온 거야?.”
"너무 간단히 드실까 봐요." 김소월이 대답했다.
"그럼 수고해.”
"아니에요, 저도 먹어야 해서 겸사 겸사 사왔어요.”
김소월은 슬리퍼로 갈아신고, 음식을 냉장고에 넣은 후, 위층으로 올라가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왔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실크 롱스커트인데 V넥에 어깨가 살짝 드러났다. 머리를 위로 질끈 묶은 그녀는 귀부인 같은 우아한 모습이 엿보였다.
김소월은 옷을 잘 입는 편이었다.
"밥하고 올게요." 김소월은 이보현을 향해 싱긋 웃으며 주방으로 갔다.
이보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소월은 불고기와 야채 볶음을 만들었다. 간단하지만 비주얼은 매우 좋았다.
밥 두 그릇을 담은 김소월은 우아하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런 여자는 밥 짓는 순간에도 매력이 톡톡 튀는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으니 그냥 드세요." 김소월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보현이 황급히 대답했다. "이거면 됐어.”
말을 마친 이보현은 그릇을 들고 먹으며 속으로 이런 여자의 유혹은 보통 사람이 뿌리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몇 숟가락 먹고 난 후, 김소월은 이보현을 힐끗 보고 말했다. "대표님, 문제 하나를 발견했어요.”
"무슨 문제?" 이보현은 먹으면서 물었다.
김소월은 수저를 내려놓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늘 이사 몇 명이 태성에 들어간 후 몰래 윤재호의 하드디스크를 복사해서 버들잎이라는 회사에 대한 계획을 발견했어요.”
"무슨 계획인데.”
"버들잎의 재무 상태를 조사했더라고요. 그리고 혼인해서 그 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생각인 것 같아요.”
"그걸 계획서에 넣었다고?" 이보현은 믿기 어려웠다.
김소월은 곧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명확히 적지는 않았지만 그 회사 법인 대표 류이서와의 결혼 계획은 있었어요. 요점은 결혼 후 회사에 합류해 지분을 차지한 뒤 이혼 소송을 제기하려는 거예요. 고소장까지 작성한 걸 보니 합법적인 수단으로 회사를 합병하려 한 것으로 추정돼요.”
이보현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그 점을 생각했지만, 윤재호가 결혼도 안 하고 고소장까지 치밀하게 계획했을 줄은 몰랐다.
한참 후, 이보현은 김소월에게 그릇을 건네며 말했다. "밥 한 그릇만 더 줘.”
김소월이 밥 한 그릇을 담아서 오자 이보현은 먹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김소월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태성과는 어떻게 됐어요?”
이보현이 김소월을 힐끗 쳐다보자 김소월은 황급히 밥을 먹었다.
이보현은 밥을 두 숟가락 먹고 나서 담담하게 말했다. "류이서는 내 전처야. 우리는 오늘 막 이혼했고 그녀는 윤재호와 결혼할 거야.”
‘쨍그랑!’.
김소월이 들고 있던 그릇과 젓가락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
류이서가 얼마나 바보길래 이보현과 이혼하고 윤재호와 결혼하려는 걸까?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그녀 마음속 의심이 마침내 풀렸다.
알고 보니 두 바보가 이런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이다.
"대표님." 김소월은 조심스럽게 단어를 골라 말했다. "이런 여자는 없어도 돼요.”
"그 증거들 다 모아둬. 난 결혼식에 초대받았는데, 그때 가서 선물을 안 내놓는다는 건 말이 안 돼.”
"알겠습니다." 김소월은 곧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그 두 바보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친 뒤 김소월은 수저를 챙겨 주방으로 향했고, 이보현은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여 묵묵히 피우기 시작했다.
김소월이 치우고 나오자 이보현이 말했다. "수고했어, 일찍 쉬어." 말을 마친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김소월은 어이없었다. 지금 몇 시인데 이렇게 일찍 잔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그녀도 위층 자기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침대에 누운 김소월은 정말 류이서 그 바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보현은 풍부한 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잘생기고 남자답다.
이틀간의 접촉을 통해 김소월은 이보현이 신사답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선을 자기 몸을 스쳐도 머물지 않고, 자신을 어색하게 하지 않는 등 분별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남편을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류이서 그 바보가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짓을 해서 이보현을 자극하다니. 너무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헛생각에 잠겼을 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녀는 힐끗 보더니 통화버튼을 눌렀다.
"대표님, 태성 쪽에 보낸 사람들이 새로운 문제를 발견했어요." 비서가 말했다.
"무슨 문제인데?”
“태성의 세무랑 재무쪽에 모두 문제가 있어요. 꽤 큰 문제인데요.”
"좋아, 윤재호가 눈치채기 전에 증거를 확보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내일 세무부서랑 경제범죄과 담당자를 불러서 내 사무실로 오라고 해. 내가 중요한 문제를 제보한다고 전하면 돼.”
"알겠습니다, 대표님.”
김소월은 전화를 끊고 가볍게 코웃음 쳤다. "윤재호, 죽을 때가 됐어. 류이서, 넌 후회할 거야.”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이리저리 뒤척이며 이보현의 얼굴을 생각하던 그녀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
이튿날 아침.
이보현은 정각에 일어나 씻고 거실로 나왔다.
김소월은 오피스룩에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매력적인 몸매를 과시했다.
"김소월,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이보현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김소월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김소월 앞에 다가선 이보현은 그녀의 얼굴에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정교한 화장조차 가릴 수 없다는 걸 발견했다.
"왜 그래, 어젯밤에 잠을 못 잤어?" 이보현이 물었다.
김소월은 얼굴이 목덜미까지 붉어진 채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젯밤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태성의 세무랑 재무쪽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오늘 오전 세무부서, 경제범죄과 담당자와 약속을 잡았어요.”
"오, 심해?" 이보현은 흥미가 생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