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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얼만데

박수혁이 나타나자 이민혜는 바로 눈시울을 붉히며 다가갔다. “수혁아...” “오빠, 소은정이 우리 집안 가보를 빼앗아갔어.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시는 물건이잖아. 이대로 가져가면 정말 끝이야!” 박예리가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차가운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박수혁이 단호한 말투로 소리쳤다. “닥쳐! 할아버지 물건을 건드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았어?” 박수혁의 무시무시한 목소리에 박예리는 바로 고개를 푹 숙이고 이민혜의 뒤에 숨었다. 박수혁의 뒤를 따라 들어온 행사 주최자는 안절부절못하다 옆에 서 있는 직원을 향해 속삭였다. “절차는 이미 다 밟은 거야?” “네, 전부 다 끝났습니다.” 직원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이제 비취 담뱃대는 완벽하게 그녀의 물건, 소은정이 물러설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옆에 서 있는 윤지섭에게 말했다. “우린 이만 가죠. 가족들끼리 오붓한 시간 보내게 빠져주자고요.” 인사도 없이 경매장을 나서려던 그때, 박수혁이 말했다. “소은정, 물건은 놓고 가.” 차가운 아들의 목소리에 이민혜는 큰 지원군을 얻은 것마냥 거들었다. “그래, 수혁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 참, 고상한 척 잘난 척은 다하는 분들이 어쩜 이렇게 막무가내이실까... 소은정은 피식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들어 보였다. “이것 봐. 이제 당신이랑 당신 가족들 말 한마디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야. 그 담뱃대는 이제 법적으로 완벽하게 내 물건이야.” 잔뜩 일그러진 박수혁의 표정을 보니 통쾌함이 밀려왔다. “사모님, 저한테 이러실 시간에 차라리 할아버님한테 어떻게 해명하실지 핑계나 생각하시는 게 어때요? 아끼는 보물이 자선 경매에 출품된 걸 보면 어떻게 나오실지 사모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이민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괜히 딸의 꼬드김에 넘어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겉드리다니. 박대한이 이 사실을 안다면 화를 내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무일푼인 채로 이혼을 당할 수도 있었다. “수혁아...” 이민혜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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