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화 얼마나 할까
방금 전까지 맑던 하늘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드리우고 거세게 몰아치던 파도도 곧 다가올 폭풍우를 암시하 듯 조용해졌다.
숨 막히는 대치가 이어졌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해적과 예의치 못한 사고로 조난당한 여자 한 명.
누가 봐도 소은정이 압도적으로 불리했지만 그녀는 추호의 두려움도 드러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떨지 않는 소은정의 강단에 두목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두 사람을 겨누는 수많은 총구에 박우혁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을 힐끗 바라보던 소은정이 말했다.
“겁먹지 마. 내 뒤에 숨어. 총 소리가 울리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알겠어?”
그들의 뒤는 바로 숲. 허허벌판인 이곳보다는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이 더 많을 것이다.
침착한 소은정의 목소리에 박우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모험가로 살며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고 죽을 고비도 몇 번이나 넘겼었다.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닷새를 버틴 적도 있었고 원시 부족의 공격을 받은 적도 있었고 천 길 벼랑으로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박우혁이 할 수 있는 건 두려움에 몸을 떠는 것뿐이었다. 죽음의 공포는 언제 겪어도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드는 법이니까.
그런데 이 여자는 뭘 믿고 저렇게 태연한 걸까?
박우혁은 이를 악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죽으면 죽었지 쪽팔리게 여자 뒤에 숨을 수야 없지.
“아니, 난 도망치지 않아. 내가 널 지킬 거야.”
두 번째로 뱉은 말이었지만 그 말에 담긴 무게는 확연히 달랐다.
소은정이 한 사람이라도 살아야 한다고 소리치려던 그때, 맞은편에 서 있던 해적이 영어로 말했다.
“됐고 그냥 쏴...”
뭐지? 두목이 아니었나? 이렇게 쉽게 버린다고?
소은정이 살짝 당황하던 그때, 좌측에 암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교전이 벌어진다면 설령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날아오는 총알을 전부 피한다 해도 그녀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어떻게라도 시간을 끌어야 할 텐데...
“잠깐...”
소은정이 심호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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