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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창피를 줘?

”이 작품은 윤 화백님 작품인데 판매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아, 저기 마침 오시네요.” 이때 흰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노인이 지팡이를 짚은 채 걸어오고 있었다. 윤 화백은 재미교포 2세 화가로 국제적으로 유명한 최고의 화가였다. 넘쳐나는 게 돈인 재벌들의 세계에서 핸드백 같은 사치품은 별 가치가 없었다. 진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건 바로 유명 화가의 소장품, 명품에만 집착하면 오ㅣ려 졸부 이미지로 찍히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윤 화백은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그 성격이 굉장히 괴팍해 아무한테나 자신의 작품을 팔지 않아 재벌들 사이에서 더더욱 인기가 있었다. 이 그림만 산다면 다른 사모들 앞에서 한동안 체면이 설 거란 생각에 현숙명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관장이 윤 화백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지만 그는 대충 고개를 끄덕한 뒤 벽에 걸린 그림을 뜯어 다시 자리를 뜨려 했다. 현숙명이 그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송지현이 바로 그 앞을 막아섰다. “화백님, 이 그림 저한테 파시죠.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 화백은 송지현을 힐끗 바라보더니 바로 말했다. “자네가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윤 화백이 이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그녀의 곁을 지나치자 송지현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도시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그녀가 살 수 없는 물건이 있을 리가? “화백님, 그러지 말고 가격부터 말씀해 주세요.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결정하겠습니다.” 한 번 수모를 당한 송지현은 더 고고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윤 화백은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코웃음을 쳤다. “흥, 젊은 나이에 그렇게 돈만 밝혀서 쓰나? 자네한테 이 그림을 팔면 내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질 거야.” 지금까지 그녀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처음인지라 송지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성강희 어머니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하니 그 수모는 2배로 더 크게 다가왔다. 어색해진 분위기에 소은정이 자리를 떠야 하나 고민할 때쯤, 윤 화백은 소은정의 얼굴을 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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