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아까 날뛰던 기세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정가현이 침묵하면 침묵할수록 도유리는 점점 더 머리를 조아렸다. “가현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나 좀 봐줘. 내가 이렇게까지 사과하잖아. 너 착한 애니까 나 봐줄 거지?” “다 말했어?” 정가현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턱을 움켜쥐더니 억지로 시선을 마주쳤다. “네가 틀렸어. 난 원한은 반드시 갚는 편이라서 말이야. 그리고 솔직히 아까 너한테 기회 한 번 줬었잖아. 네가 놓친 거지. 멍청하게.” 그녀는 도유리의 턱을 놓더니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우아하게 손을 닦았다. “손님 내보내요!” 정가현은 싸늘하게 웃었다. “앞으로 저 두 인간은 우리 차 시장에 들여놓지 마세요.” 대표는 눈치껏 걸어가 경비원에게 명령했다. “다들 귀먹었어? 사장님 말이 안 들려? 당장 저 둘 멀리 던져버려!” 그러자 경비원들은 더러운 대걸레를 휘둘러 두 사람을 멀리 쫓아냈다. 전충재와 도유리는 마치 길 건너는 쥐처럼 허겁지겁 차 시장에서 쫓겨났다. 정가현은 만족스러운 듯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폭스바겐 매장으로 갔다. 차 시장 매니저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이것저것 물었다. “사장님, 기타 브랜드에 대해 설명 좀 드릴까요? 차 시장 매입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업계에 대해 잘 모르실 수도 있으니......” “아니요. 제가 알아서 할 게요.” 정가현은 그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네네네. 제가 말이 너무 많았죠.” 차 시장 매니저는 다급히 자기 입을 두어 번 두드렸다. 정가현에게 밉보여 해고당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정가현은 빨간색 마이턴 앞에 멈춰서서 한참을 관찰하더니 바로 차 문을 열고 들어갔다. “차 시장 매수한 건 절대 비밀로 하세요.” 정가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만약 이 일이 밝혀진다면 당신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는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눈동자의 차가움은 사람을 서늘하게 했다. 차 시장 매니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분부하신 일은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