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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전화를 받으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 목소리는 어딘가 조바심이 서려 있는 것 가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서려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난리판에 넌 일이나 하고 있어? 너그러운 거야, 아니면 멍청한 거야?” 변서준? 정가현은 잠시 멈칫했다. 변서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라니. 이혼하고 분명 번호까지 바꿨는데 이 남자 어떻게 알고 전화했지? 남자의 목소리에서 그녀는 확신했다. 변서준은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설령 그가 모른다고 해도 그의 약혼녀인 모지영은 반드시 이 일과 관련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정가현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변서준이 물었다. “대답해. 놀라서 말 문이 막힌 거야?” 그 말에 정가현은 웃음이 나왔다. 이까짓 일에 놀라긴. “변서준 씨, 상상력이 너무 좋아서 소설 써도 되겠네. 어쩌면 건설 보다 그쪽이 더 대박 날지도 몰라.” “장난치지 마. 나 지금 진지해.” 변서준의 목소리는 아까만 더 무거워졌다. 언제부턴가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이다. “나 지금 진지해. 날 걱정할 시간에 당신 약혼녀나 잘 지켜. 그 여자 절대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말하면 말할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아, 그리고 변서준 씨도 내 앞에서 알짱대지 마. 우린 이제 서로 상관없는 사람들이야.” 매정하게 쏘아붙인 후 정가현은 변서준이 뭐라 반박도 하기 전에 전화기를 꺼버렸다. 이 여자 왜 이래? 화가 아주 잔뜩 났네. ...... 이제 막 통화를 끝냈는데 또 벨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탁성화다. “누나, 대책 생각했어? 필요하다면 내가 먼저 해명해도 되는데 엔젤 홍보팀도 능력 꽤 좋거든? 아마 곧 이 사태 누를 수 있을 것 같아.” 초조함이 역력할 말투에서 그녀는 탁성화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식, 의리있네. 정가현은 기분이 잔뜩 좋아졌지만 탁성화의 호의를 거절했다. “아니야. 너 탑스타야. 탑스타가 나서서 해명하면 네 골수팬들이 칼 들고 나 찾아올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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