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4장

이민주는 갑자기 카리스마 넘치게 돌변한 정가현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던 그 며느리 맞나? “이제 알겠네. 너 여태 착한 척 연기 했던 거야?” 생각할 수록 화가 솟구친 이민주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협박했다. “오늘 일은 내가 그냥 못 넘어가. 우리 서준이한테 말해서 당장 너랑 이혼하라고 말할 거야! 내 앞에 무릎꿇고 싹싹 빌어도 소용없어!” 정가현은 대수롭지 않은 듯 싸늘하게 웃었다. “아, 깜빡하고 얘기 안 해드렸죠? 저 10분 전에 변서준과 이혼했어요. 이번에는 어머님이 저한테 무릎꿇고 싹싹 빌어도 전 절대 그 집에 다시 돌아가지 않아요!” 이혼했다고? 방금? 그럴 리가! 서준이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촌년이 갑자기? 이민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정가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확인차 변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 너 이혼했어?” “네.” 전화기 저편의 변서준은 대답과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누구한테서 들었어요?” “누구겠어. 나 아까 길에서 정가현 그 물건 만났는데 글쎄 나한테 버릇없이 굴었다니까!” 이민주는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드디어 헤어졌다고 생각하자 곧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근데 너무 잘 됐다. 드디어 그 물건과 이혼하게 됐네. 고아 주제에 우리 보배 아들과 결혼했다니, 진작에 이혼했어야 했어..” 변서준은 입술을 오므렸다. 뭘까? 이 말 못 할 짜증과 미안한 감정은? 변서준은 그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위자료로 현금 5억과 별장을 준비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녀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고 심지어 위자료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돈도 없고 친인척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됐다. 살다가 힘들어지면 반드시 나 찾아올 거야. ...... 정가현은 택시를 타고 변서준과 함께 살던 별장으로 돌아왔다. 이곳에는 그녀의 3년간의 고통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추억은 너무 무거워 그녀는 평생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작은 정원을 지나 그녀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챙기고 서둘러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3년을 오직 변서준만 기다렸던 이곳인데 오늘은 단 일 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짐을 챙겨 1층에 내려갔는데 거실에 아름다운 그림자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모지영은 온화하고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가현 씨, 오랜만이네.” 정가현은 얼떨떨해졌다. 이곳에서 모지영을 만나다니? 이혼한 지 겨우 몇 시간이라고 벌써 별장 열쇠까지 주고 집에 들인 거지? 역시 첫사랑이라 대우도 다르네. 마음이 차가워진 정가현은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계단을 내려왔다. 당당한 그녀의 기세에 모지영은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현 씨, 못 본 사이에 변성건설 사모님 티가 생겼네? 어머, 내 정신 좀 봐.” 모지영은 갑자기 입을 가리며 난처한 듯 웃어 보였다. “두 사람 이혼한 거 그새 까먹었잖아. 변성건설 사모님은 무슨.” 정가현은 그녀가 일부러 자기를 약 올리려고 찾아온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화를 내는 대신 쿨하게 웃어 보였다. “나 이젠 그 사람 시시해. 재미 없어졌어. 아, 내 정신 좀 봐. 당신은 워낙 남이 놀다 버린 거 좋아했지? 당신이 가져. 근데 너무 서두르지 마. 누가 보면 이혼만을 기다려 온 내연녀인 줄 알겠다.” 정가현의 말에 모지영은 순간 얼굴이 굳어지더니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나와 서준이는 찐 사랑이야. 너만 없었더라면 우린 이미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았을 거라고! 그러니까 너야말로 내연녀 아니야?” 정가현은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 “진짜 내연녀가 누군지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말을 끝낸 그녀는 모지영을 지나쳐 바로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모지영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머리를 돌려보니 모지영은 붉어진 눈시울에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서러움을 당한 아이처럼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현 씨, 정말 미안해. 난 늘 가현 씨를 친구처럼 생각했어. 오늘도 가현 씨 만나려고 찾아온 것뿐이야. 난 두 사람이 이혼한 줄도 몰랐어.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봐줘.” “어머, 이거 아주 연기 제대로네?” 그녀는 코웃음을 치더니 모지영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모지영은 갑자기 그녀의 동작을 빌어 연약하게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 멀리서 이 장면을 보면 꼭 정가현이 모지영을 세게 밀쳤다고 착각할 것이 분명하다. 풉, 재미있다. 그녀는 흥미진진하게 모지영의 자작극을 내려다보았다. 만약 그녀의 생각이 맞는다면 지금쯤 문 앞까지 온 변서준은 이 장면을 발견하고 다급히 달려와 정가현에게 버럭 화를 낼 것이다. 역시, 그녀의 생각이 맞았다. 뒤에서 남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