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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장

유서원이 신서찬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딸을 사랑하지 않아서라 아니라 앞서 부인에게 평생을 쥐어 살며 눈칫밥만 먹던 자신 때문이었다. 유가현의 엄마는 딸이 물려받은 것과 똑같이 오기 넘치고 참을성이 없었으며 하늘 아래 무서울게 없다는 듯 굴어왔었다. 그래서 딸이 그 길을 똑같이 걷는게 유서원은 누구보다 싫었던거다. 그저 조신하고 참하게 살면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편안한 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서재에서 나온 신서찬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복도 끝에서 기다리던 유가현이 마침 이상함을 눈치챘다. “아빠가 뭐라셔? 왜 나라 잃은 표정이야?” 신서찬이 유념을 거둬들이고 유가현의 손을 잡았다. “별거 아니야, 그냥 자기 잘 챙겨주고 지켜주시라고. 가자 이젠, 시간도 늦었는데.” 저택으로 돌아가는 차 안, 유가현은 입술은 창백하니 핏기 하나 없고 컨디션도 그닥잖은 신서찬을 보며 걱정이 앞섰다. “진짜 아픈데 없는거 맞아? 의사라도 불러올까?” “진짜 괜찮아 나.” 신서찬이 고개를 살짝 저어보였다. 방금 정원에 들어섰을때 잠깐의 이명을 동반한 어지럼증을 겪은 뒤, 다시 비슷한 증상이 재발하진 않았다. 어쩌면 정말 우연일지도 모르겠으나 문제는 유서원이 막중한 임무를 하달했다는 것. 장인어른의 마음을 사지 못 하면 결혼은 성사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어떡하면 좋지? 정신이 딴데 팔려 있는 모습에 유가현도 더는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매달 한번 열리는 이사회를 위해 신서찬은 직접 신강 그룹으로 향했고 유가현 역시 미팅차 엔젤로 출근했다. 유가현을 데려다 주고 다시 신강 그룹으로 가는 바람에 박정우는 한참이나 지나서야 신서찬을 만날수 있었고 그렇게 쉴 틈도 없이 세시간의 회의가 이어졌다. 대표실에 있는 신서찬에게 박정우가 회의 기록이 담긴 자료를 건네줬다. “보스?” “왜?” “그......거꾸로 들고 계신데요......” 신서찬이 머쓱해 하지도 않고 다시 자료를 똑바로 들어 읽어 내려갔다. 보스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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