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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장

신서찬은 표정이 덤덤한 것이 마치 다른 이의 사형 선고를 듣는 사람 같았다. “그 말은 바이러스를 억제하지 못 하면 어느날 갑자기 죽는다?” 유재민이 고개를 숙인 채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건 무언의 긍정과도 같았고 신서찬 역시 침묵에 빠졌다. 억제제의 도움만 받으면 적어도 수십년은 문제 없다고 여겼는데. 진작에 이럴줄 알았으면 가현이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지. 또 한번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가현이를 아프게 하지 않았을 테지. 무거운 분위기 속, 박정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구석에서 눈물을 훔쳤다. 흐느끼는 소리에 신서찬이 그를 바라봤다. “왜 울어? 나 아직 안 죽었는데.” “그, 그냥 보스가......” 너무 딱해서요.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매일이다시피 병마와 맞서 싸우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그렇게 고되어 보일수가 없었다. 유재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약간은 머쓱한 듯 입을 열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도 치료에만 협조 잘 하시고 면역력만 유지하시면 제 억제제로 형님 20년은 거뜬합니다!” 박정우가 더욱 울상을 지었다. “그럼 20년 뒤엔?” 유재민이 신서찬에게 걱정 말라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자그마치 20년이에요. 그땐 진작에 해독제 만들거고 형님 만수무강 하시겠죠!” 어쨌든 치료에 희망이 보이자 분위기도 다시금 밝아지기 시작했다. 박정우가 휴지를 빼 코를 풀며 투덜댔다. “말 좀 한 번에 이어서 해! 사람 놀래키지 말고!” 유재민이 히죽 웃으며 신서찬이 또 억제제를 주사하더니 이내 상처 봉합 연고와 심장 통증 억제 캡슐을 전해줬다. 또한 본능을 억제해 격렬한 운동은 절대 삼가하라는 당부도 함께 말이다. 신서찬은 겉으론 알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실험실에서 나오니 벌써 퇴근 시간. 가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차로 향하던 신서찬에게로 짙은 네이비색의 항공사 제복을 입은 유성이가 서늘한 표정을 한 채 걸어오는게 보였다. 곁엔 와이프인 성수연도 함께다. 금방 비행기에서 내린 듯한 두 사람은 그닥 표정이 좋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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