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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그게 나야.”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탁성화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 뒤에야 테이블을 내리치며 경악했다. “뭐라고? 누나가 변서준 전처였어?” 탁성화의 높은 목소리는 옆 테이블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변서준 역시 미간을 찌푸린 채 안색이 어두워졌다. 정가현이 불쾌한 듯 노려보자 탁성화는 다급히 입을 가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했네! 저 얼굴 보니까 반반한 것이 딱 봐도 바람둥이야! 우리 가현이 누나가 훨씬 아까워!” 정가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내가 그 운 지지리도 없는 여자야?” 탁성화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두 손을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 아니! 운은 변서준이 없는 거지. 누나 같은 여자를 놓쳤으니. 근데......” 탁성화는 잠시 멈칫하더니 수줍은 듯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누나 그러면 돌싱이잖아. 그러면 난 어때? 연하남이 요즘 대세인 거 알지?” 예상치 못한 발언에 정가현은 목이 메었고 실수로 흰색 치마를 더럽혔다. “누나, 괜찮아?” “괜찮아.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말을 끝낸 그녀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옆 테이블에 있던 두 남녀는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이혼한 지 며칠째라고 그새 남자를 또 바꿨어? 이 여자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야! 변서준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기에 상관할 자격조차 없었다. 기분이 불쾌하고 마음이 답답했다. 그의 표정을 살피던 모지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서준아, 너 왜 그래?” “별거 아니야. 회사 일 좀 생각했어.” 모지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애교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출국한 이후로 우리 오랜만에 이렇게 함께 밥 먹는 거 알지? 그러니까 오늘은 일 좀 제쳐놓고 나랑만 놀아줄래?” 변서준의 눈동자는 어둡고 칙칙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는 모지영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우아하게 옷깃을 정돈했다. “너 먼저 먹고 있어. 나 잠시 일 보러 다녀올게.”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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